저녁 먹었는데도... 밤에 유독 출출한 이유
밤만 되면 냉장고 앞을 서성거리며 문 여닫기를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잠자리에 든 뒤에도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는 라면이나 술 한 잔을 떠올린다. 왜 유독 밤만 되면 이처럼 식욕을 참기 어려워지는 걸까.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운동과학부 연구팀이 15명의 성인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를 확인하는 소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우선 실험참가자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동일한 식단으로 구성된 식사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이들의 뇌를 촬영했다. 연구팀이 보여준 360장의 음식 사진들을 보는 동안 fMRI를 이용해 뇌를 촬영한 것이다. 각 사진에는 건강한 저칼로리 음식과 식욕을 돋우는 고칼로리 음식들이 담겨있다.
연구팀은 총 두 차례에 걸쳐 뇌 촬영을 진행했다. 한번은 이른 아침, 또 다른 한 번은 일주일 뒤 늦은 저녁에 실시했다. 그 결과, 시간대와 상관없이 고칼로리 음식이 담긴 사진을 볼 때 실험참가자들의 뇌 활동 수치가 급등했다.
그런데 오전과 저녁을 비교했을 때는 늦은 시간 뇌 활동 수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보상과 연관된 신경반응이 아침보다 저녁에 더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즉 저녁시간은 오전시간만큼 음식을 통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만족감이 충족되지 않는 만큼 식욕 역시 더욱 강해진다.
이번 연구의 주요저자인 트래비스 마스터슨 연구원은 미국 과학뉴스 유레칼러트를 통해 “밤에는 오전만큼 음식에 대한 보상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적어도 음식에 대한 비주얼 측면만 놓고 보면 그렇다. 만족감이 적은 만큼 과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공동연구자 랜스 데이비슨 연구원도 “저녁에 신경반응 수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뇌가 먹고 있는 음식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원하는 만큼 쾌락이 충족되지 않아 계속 먹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뇌 촬영을 하기 전 일정시간 공복상태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저녁보단 아침 실험에서 실험참가자들의 허기짐이 더 컸을 가능성이 높다. 아침 실험은 밤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저녁 실험은 점심이나 오후 간식을 먹은 뒤 공복상태를 유지하고 참여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녁 시간에 허기짐이 덜 함에도 불구하고 식욕이 더 당긴다는 의미는 뇌에서 과식을 유도하는 특정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단백질, 건강한 지방, 통곡물, 식이섬유 등의 잘 짜인 식단을 지키면 냉장고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스터슨 박사는 “이 실험결과를 개인적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며 “늦은 밤 냉장고에 가고 싶을 때마다 어차피 먹어도 충족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뇌영상과 행동(Brain Imaging and Behavior)저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