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의학, 2㎜ 절개로 간암 치료
연세의대 영상의학과 원종윤 교수
영상의학과는 예전에는 ‘방사선과’ 또는 ‘진단방사선과’로 불렸습니다. 당시에는 ‘사진만 보는 인기 없는 과’로 여겼지만 요즘에는 의대생들이 가장 전공하고 싶어 하는 분야가 됐습니다. 과학과 의료 기술의 발달로 영상을 보면서 환자를 직접 치료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영상의학의 한 분과인 ‘인터벤션(intervention)’은 간암 치료에도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터벤션은 중재·개입 등의 뜻으로 내과적 치료와 외과적 치료 사이에서 중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해서 생긴 명칭입니다. 한 때 ‘중재방사선과’로도 불렸던 분야입니다. 내과적 치료의 단계를 넘어 수술이 필요한 질병에 대해 절개 없이 최소 침습으로 치료하는 영상의학의 한 분야입니다.
인터벤션 전문의로서 가장 보람 있는 일 중의 하나는 간암 치료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암에 있어 최선의 치료는 수술 적 절제술이지만 발견 시 수술이 가능한 간암 환자는 약 3분의1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인터벤션으로 치료받고 있습니다.
간암 치료에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인터벤션
인터벤션 치료 중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는 화학색전술은 사타구니에서 만져지는 대퇴동맥에 직경 2mm 정도 되는 작은 관을 넣어 투시영상을 보면서 간암을 먹여 살리는 간 동맥까지 찾아들어가 항암제를 집중투여하고 혈관을 차단해 버리는 치료입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시행하고 있는 인터벤션 치료인 고주파소작술, 에탄올주입술은 영상을 보면서 간암에 바늘을 삽입하여 고주파를 흘리거나 약물을 주입해서 간암을 괴사시키는 방법입니다. 이외에도 냉동소작술, 방사선색전술, 마이크로웨이브소작술 등 간암을 치료하기 위한 새로운 인터벤션 치료를 속속 장착하여 간암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의 인터벤션 스태프는 매일 아침 일찍 모여 그날 치료를 할 환자의 영상 검사 자료를 검토합니다. 스태프는 구체적인 치료 방법을 정하고 예정된 치료 방법에 문제가 없는지 더 좋은 치료 방법이 없을지를 논의합니다.
이 시간의 회의 분위기를 가장 잘 대변하는 말은 일희일비(一喜一悲·기쁜 일과 슬픈 일이 번갈아 일어남)입니다. 크기가 3cm 미만으로 홀로 자리 잡은 조기 간암의 영상을 볼 때 우리는 미소와 함께 치료의 자신감을 갖지만, 조기에 발견이 안 돼 진행된 간암의 영상을 대하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치료를 위해 굳은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조기 간암은 3일 정도 입원으로 치료 가능
외래에서 처음으로 간암 선고를 받고 인터벤션 치료를 상의하기 위해 영상의학과 외래를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간암은 두렵고 무서운 존재이겠지만 인터벤션 전문의에게는 상당히 다릅니다.
간암 환자를 진료하면서 가장 기쁠 때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할 때입니다. “환자의 3cm 조기 간암은 2박 3일 정도 입원으로 간단히 치료가 가능하며 1회 치료로 50~70%의 환자에서 종양의 완전 괴사를 유도할 수 있고 불완전 괴사의 경우에도 1~2회의 추가 치료로 완전 괴사가 가능하므로 생명에는 절대 지장이 없도록 책임지고 치료하겠습니다.”
㎜단위 절개로 간암 치료 목표
이렇게 얘기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반신반의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사실이며 내과적 치료나 외과적 치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조기에 발견되는 간암은 더 이상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간염, 간경화 등의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은 정기 검사로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입니다.
물론 간암은 완치 후에도 간의 다른 부위에서 재발을 비교적 잘하는 암이므로 지속적이 추적관찰이 필요하지만 재발의 경우에도 조기에만 발견되면 치료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인터벤션 의사들은 최소 침습 치료의 표어로 ‘2㎜ 절개로 간암 치료’를 삼고 있으며, 현대 의학으로 간암의 발병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간암 환자 모두 조기 치료로 건강을 되찾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