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먹으면 뇌 “계속 먹어!” 명령
배부르면 그만 먹게 하는 메커니즘 망가져
햄버거, 아이스크림 같은 고지방 음식을 먹으면 뇌 기능이 이상해지면서 뇌가
“배불러도 쉬지 말고 먹어”란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데보라 클렉 박사 팀은 쥐 실험에서 이런 효과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동일한 칼로리의 먹이를 주되 첫 그룹에는
동물성 지방에 많은 팔미트산을, 두 번째 그룹에는 식물성 기름에 많은 단가불포화지방산을,
그리고 세 번째 그룹에는 올리브유와 포도씨기름에 많은 올레인산을 각각 먹였다.
그러자 올레인산을 먹은 쥐들은 양만큼 먹고 먹기를 그쳤다. 그러나 동물성 지방
또는 식물성 기름을 먹은 쥐들은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어댔다. 쉬지 않고 먹는 현상은
지방산을 먹은 쥐들에서 가장 심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연구진은 “동물성 지방산이 뇌에 바로 영향을
미치면서 뇌에서 생산되는 렙틴, 췌장에서 생산되는 인슐린의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렙틴은 배고픔을 덜 느끼도록 하며,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한다. 기름진 음식을
먹게 되면 바로 뇌에 신호가 전해지면서 이들 두 호르몬이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며칠 동안 지속된다. 주말에 기름진
음식을 먹은 사람이 월요일에 특히 공복감을 느끼는 것도 이런 현상이라는 것이다.
클레그 박사는 “배불리 먹으면 뇌는 몸 전체에 ‘그만 먹어도 되겠다’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고지방 음식을 먹었을 때는 이런 명령 체계가 갑자기 망가진다”며 “쥐
실험이지만 이런 현상은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또한 고지방 음식을 먹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과정을 밝혀냄으로써
앞으로 당뇨병 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결과는 ‘임상 연구 저널(The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최신호에 실렸으며 영국일간지 텔레그라프, 데일리메일 인터넷판 등이 15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