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최고경보…한국 준비됐나?
국내 너무 정부 의존…전염 막을 지역사회 대책 나와야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 신종플루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전염병 경보 수준을
최고 단계인 6단계로 높였지만 한국은 현재의 ‘주의’ 단계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2일 위기평가회의를 긴급 개최한 뒤 “WHO의 대유행 선언에
따른 국가 전염병 위기 수준을 논의한 결과 국내에서 환자 56명이 발생했지만 지역사회에
전파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현 단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WHO의 이번 결정은 신종플루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피해가 크지 않지만 가을, 겨울철을
대비해 개인, 지역사회, 정부 차원에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HO는 11일까지 전세계적으로 74개국에서 2만8774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됐고 이중
11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WHO가 전염병 경보 수준을 최고로 높인 것은 진원지인
북미주와 다른 대륙에서 신종플루가 ‘사람 대 사람’ 감염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이제 가을이 시작되는 칠레나 호주 등
남반구에서 환자가 늘어나자 WHO가 미뤄왔던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한국은 현
상태에서 경보 단계를 높일 필요는 없지만 신종플루는 현재진행형이므로 앞으로 대비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호주 빅토리아 주에서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전염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외국과 교류가 많은 한국에서도 곧 발생할 상황”이라며
“한국도 대유행에 대한 시나리오를 갖고 백신 개발, 학교 휴교 기준, 격리 방법,
의료기관 준비 등 여러 가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이번 WHO의 발표의 핵심은 각 나라가 자국
상황을 파악해 확산을 막는 전략으로 가든지, 아니면 피해를 최소로 줄이는 전략으로
바꿀지를 결정하라는 것”이라며 “한국은 아직 지역사회에서 전염되고 있지는 않으므로
확산을 막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확산을 막기 위해 검역 강화, 입국자 모니터링,
항바이러스약 추가 비축, 의료기관과 학교에서의 능동 감시체계 등을 가동했다. 보건당국은
“집단생활을 하는 학교, 직장, 군부대, 사회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발병 감시를
실시하고 있으며 대량 환자 발생에 대비해 격리 병상 마련과 백신 추가 확보 방안
등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종플루에 대한 대비가 정부 차원에서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즉 대유행이 시작되면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돼 상당수 직장인이 결근하고
학생은 결석하는 상황이 올 텐데, 당사자인 직장, 학교, 지역사회, 개인의 대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오명돈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학교로, 어떤 상황에서 휴교를
할 것인지 기준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플루
대책, 말만 있고 내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