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을 주저하는 이유

[사진=Artem_Egorov/gettyimagebank]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에 대한 공식 입장은 “팬데믹에 대비는 하고 있으나, 아직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입장은 좀 다르다.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25일 “세계적 감염 상황을 볼 때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될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지역사회 전파는 발생할지 아닐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발생하느냐의 문제”라고 경고했다.

그럼 WHO는 왜 팬데믹 선언을 보류하는 걸까?

우선 WHO는 섣불리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을 때 각국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WHO는 2009년 신종 플루 사태 때 팬데믹을 선언했으나, 일부 국가들이 실효성 없는 과도한 조처를 취한 탓에 호된 비난의 표적이 되자, 선언을 폐기한 바 있다. 즉, WHO가 아픈 과거 탓에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팬데믹으로 규정하는 걸 꺼린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영국과 미국 등은 팬데믹이 선언되면 사태에 대한 대비책이 ‘봉쇄’에서 ‘완화’로 전환한다. 두 단어의 역학적 의미는 국어 사전적 의미와는 좀 다르다. 봉쇄(containment)는 감염자를 추적하고 격리하는 적극적 조치가 핵심이다. 완화(mitigation)는 더 이상 봉쇄 조치가 실효성이 없을 때, 학교를 폐쇄하거나 대중 집회 등을 취소하는 조치다. 감염병의 전파 자체를 막기보다는 속도를 늦춰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목표다.

WHO가 팬데믹 선언을 주저하는 이유는 자칫 여러 국가가 ‘봉쇄’를 포기하거나 유보하고 ‘완화’에 치중함으로써 대중들을 패닉에 빠뜨리고, 코로나19가 더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여전히 현단계를 “팬데믹을 막기 위해서 모든 역량을 동원에 봉쇄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WHO의 고민에 대하여 리스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봉쇄 조치로는 더 이상 코로나19의 팬데믹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는다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맵=이동훈님 제공]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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