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딱 끊으면 내 몸에 어떤 일이?

우리는 매일 비슷한 환경 속에서 비슷한 습관을 유지하며 살아갑니다. 이에 적응된 우리의 몸은 지속해온 어떤 행위를 중단했을 때 일련의 신체 변화를 겪습니다. 반대로 이전에 하지 않던 것을 시작할 때도 한동안 적응기간이 필요하죠. 어떤 행위의 시작과 끝에 일어나는 몸의 반응들은 실제로 다양합니다. 건강의료포털 코메디닷컴은 ‘만약에 ~한다면’ 상황의 가정을 통해 ‘식생활습관 변화에 따른 신체 반응’에 대해 연재합니다. 특정 상황에서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한다면 건강한 생활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 주

고기를 딱 끊으면 내 몸에 어떤 일이?

 

정은지의 만약에(1)

이 기사를 강호동, 김준현, 유민상, 이국주 씨가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아침에 고기(육류), 점심에 고기, 저녁에 고기, 고기만이 진리인 사람들에게 먼저 고합니다. 고기를 끊으라는 소리가 결코 아닙니다. 채식만 하라는 소리는 더더욱 아닙니다. 단지 고기를 안 먹었을 때 서서히 시작되는 몸의 반응을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만약에’라는 단서를 달아서 말이지요. 그러니 행여 고기 씹다 입맛 버리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자, 이제 상상해봅니다. 어제 시켜먹었던 치킨을 오늘 이후 더 이상 먹지 않는다고 했을 때, 한입가득 쌈 싸먹던 돼지보쌈을 더 이상 먹지 않는다고 했을 때 우리 몸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가장 먼저 일어날 수 있는 몸의 반응은 ‘짜증’일 것입니다. 고기를 상상하는 순간, 뇌는 입력돼 있던 고기 맛을 입 안 가득 맴돌도록 전했습니다. 그 담백한 맛을 이제 상상으로만 즐겨야 한다니 짜증이 날 수 밖에요. 그러나 점점 고기 맛을 잊어버리고 다른 입맛에 적응해 갑니다. 그러면서 고기로부터 단절된 몸은 서서히 이전에 없던 변화가 일어납니다.

- 장 박테리아 상태가 달라집니다- 무엇을 주식으로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소화 시스템도 다릅니다. 2014년 뉴욕시티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잡식, 비건, 채식주의자들에 기생하고 있는 장 박테리아는 각각 다릅니다. 특히 어떤 육가공 식품도 섭취하지 않은 비건(완전채식)주의자들의 장과 잡식 주의자들의 장 상태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비건에서 ‘질병 예방적인’ 장내 박테리아가 더 많이 발견된 것이죠. 질병에 대항하는 데 더 힘을 갖고 있는 박테리아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기를 끊는다면 장내 박테리아 상태에 건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심장상태가 서서히 튼실해지기 시작합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의 적색육은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장질환을 유발하는데 기여하는 장 미생물을 활성화시키는 카르니틴라는 성분 때문인데요. 카르니틴은 동물의 대사과정에서 지방산을 미토콘드리아로 옮기는 데 필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입니다. 식물성 단백질에서 미미하게 발견되는 반면 적색육의 동물성 단백질에 이 카르니틴이 많이 존재하고 있는 만큼 적색육 섭취가 많으면 심장질환 위험도 높다는 것이지요. 고기를 끊으면 자연스레 이 카르니틴 효소의 양이 줄어들어 심장질환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답니다.

- 암과 친한 물질들이 체내에서 점점 사라집니다 - 지난 해 고기예찬론자들에게 청천 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지요. 세계보건기구(WHO)가 베이컨, 살라미, 소시지 등 가공육이 포름알데히드 감마방사선, 담배와 같은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것입니다. 가공육을 하루 50g정도 먹는 것(베이컨 2장 정도)만으로 장암을 18% 높인다고 했습니다. 또한 적색육을 많이 섭취해도 암(특히 대장,직장암)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하지요. 국립과학연보(PNAS)에 따르면 적색육에는 포유동물에게서만 발견되는 Neu5Gc(N-Glycolylneuraminic acid)라는 설탕물질이 있어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집니다. 인간에게는 없는 이 물질이 체내에서 암세포 유발을 돕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기를 먹지 않으면 Neu5Gc의 섭취가 줄어들어 이로 인한 암 유발 잠재적 위험상태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고기를 끊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면 대장암 위험요소 지방인 담즙산(bile acid)과 중성스테롤(neutral sterols)도 줄어든다고 합니다.

- 고기에서 얻던 영양소가 점점 줄어듭니다- 고기를 끊으면 건강도 왠지 신선한 채소처럼 싱싱해질 것 만 같은 느낌이죠? 그런데 고기를 먹지 않을 경우 영양소 결핍이 올 수도 있습니다. 채식주의와 비건 식단은 여러 미네랄을 제공할 수 있지만 철분, 비타민 D, 비타민 B12 등을 공급하는 데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콩류, 견과류, 과일, 녹색 채소, 통곡물 등을 통해 철분 섭취를 대체할 수는 있습니다. 비타민B 12는 이스트 추출 식품으로 대신할 수 있고 달걀, 시리얼, 우유 등으로 비타민 D를 공급할 수는 있습니다. 고기를 끊는다면 부족해질 수 있는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다른 대체 식품을 골고루 섭취해주는 것이 좋겠지요.

- 지방이 빠져 체중이 줄어듭니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 축적되는 지방의 양이 감소합니다. 살이 빠질 수 있는 최적의 상태에 놓이게 되지요. 미국 조지아 워싱턴의과대학교 연구진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식단을 잡식에서 채식위주로 바꾸었을 때 얼마나 살이 빠지는지 관찰한 결과를 볼까요? 고기 섭취를 중단하고 두 달 정도가 지났을 때 평균 4.5kg를 감량했습니다. 하루 칼로리 섭취가 얼마나 되는지, 운동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기를 먹지 않았을 때’만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육식 위주의 식단을 줄이면 섭취하는 칼로리도 줄어들어 체중감량에 용이하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럼, 고기를 안 먹는 채식주의자들은 모두 날씬하고, 암, 심장질환에 안 걸리느냐?’, ‘누군 고기만 먹어도 건강하고 누군 채소만 먹는데 아프냐’ 라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채식주의자여도 뚱뚱할 수 있고, 암에 걸릴 수 있습니다. 병은 어떤 한 가지 원인으로만 나타나지 않고, 여러 복합적인 요인과 개인의 신체 상태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는 각종 질환의 위험이 채식위주의 식단보다 잡식위주의 식단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는 의학적 명제를 통해 건강을 위해 무엇에 더 유의해야할 것인가를 자각할 수 있습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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