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우는 사람이 오래 산다”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로 보는 눈물의 건강학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 미사가 치러진 20일 서울 명동성당은 수많은 시민들의 눈물로
가득 찼다. 사람이 왜 우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우는 것은
건강에 좋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울고 싶을 때 울면 좋다”고 말한다. 또한 봄철
황사가 심할 때 눈물은 눈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눈물엔 여러 종류가 있다. 슬프거나 기쁠 때 나오는 ‘정서적 눈물’, 양파 껍질을
벗길 때 쏟아지는 ‘자극에 따른 눈물’,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조금씩 나오는 ‘생리적
눈물’ 등이다. 이들 눈물들은 역할뿐 아니라 성분도 조금씩 다르다.
우선 정서적 눈물은 왜 건강에 좋을까. 이는 정서적인 눈물에 카테콜라민이라는
호르몬이 섞여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백종우 교수는 “울고 싶을 때 실컷 울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은 스트레스를 받아 분비되는 카테콜라민이 눈물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이 박사는 카테콜라민이 몸 안에 쌓이면 소화기 질환은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근경색과 동맥경화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네소타 주 소재 알츠하이머 치료연구센터의 빌 프레이 박사는 “여자가 남자보다
오래 사는 것은 잘 울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울어야 울음의 건강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을까. 사우스플로리다대
심리학자 조나단 로텐버그 박사의 실험에 따르면 마음껏 울고 누군가 옆에서 등을
토닥거려 주며 위로하면 울음의 기분 전환 효과가 가장 컸다고 한다.
정서적인 눈물이 심리적 안정을 도와주는 것처럼, 자극에 따른 눈물이나 생리적
눈물도 건강을 지켜준다.
눈물은 98%의 물과 2% 정도의 단백질, 전해질, 당분으로 구성된다. 평상시 눈을
깜박일 때마다 눈물샘에서 나온 눈물이 안구 표면을 씻어낸 뒤 콧속으로 들어간다.
눈동자에는 핏줄이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눈물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그래서 눈물이 없으면 눈동자의 세포는 말라 죽게 된다. 또한 생리적 눈물에는 리소자임
등 항균 물질이 들어 있어 세균을 죽인다.
경희의료원 안과 박인기 교수는 “눈에는 항상 눈물이 있고, 이 눈물에는 지방질이나
점액 성분이 섞여 있어 윤활 작용과 눈 보호 역할을 한다”면서 “이런 성분들은
감정적 눈물보다 평상시 눈 보호를 위해 흐르는 생리적 눈물에 더 많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봄철처럼 황사가 심할 때는 안구건조증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적당히 눈물을
흘려주는 것이 눈 건강에 좋다. 건조한 날에는 가습기를 틀거나 실내 온도를 약간
낮추면 눈물이 더 잘 생긴다. 밤에 눈이 침침하면 따뜻한 수건으로 눈을 찜질한다.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눈이 촉촉해지는 데 좋다.
경구피임제, 항히스타민제, 이뇨제 등을 먹고 눈이 메마른 느낌이 들면 안구건조증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일부 여성은 눈을 촉촉하게 보이려고
미용 안약을 넣기도 하지만 스테로이드 성분의 안약을 한 달 이상 계속 넣으면 녹내장
등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