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프지 않고 죽을 수 있을까?

[김용의 헬스앤]

내가 오래 아프면 가족들도 고생한다. 내 몸이 건강해야 가족들이 편안하다.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위 분들이 오랜 투병 생활로 힘들어 하는 것을 지켜봤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극진하게 환자를 돌보던 가족도 간병이 길어지면 지쳐간다. 유난히 가족 사랑이 두터웠던 사람은 애틋했던 감정이 사라질까 두렵다. 할 수 없이 요양병원을 선택해도 마음이 편치 않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은 현재 진행형이다.

“자다가 편안하게 죽고 싶다”… 나이 든 분들은 곧잘 이런 말을 한다.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진심일 것이다. 이제 중년인 나도 이런 생각을 한다.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 나를 돌보느라 힘들어 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다고 병들어 요양병원엔 가기가 꺼려진다. 이는 전적으로 내가 선택할 문제는 아니지만, 인지상정인 것은 어쩔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암 사망의 30%는 흡연, 30%는 음식, 10~25%는 만성감염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밖에 직업, 유전, 음주, 호르몬, 방사선, 환경오염 등이 1~5% 정도 관여하고 있다. WHO는 금연, 음식 조절, 운동 등을 통해 암의 ⅓은 예방 가능하고, ⅓은 조기 검진-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생활 습관을 조심해도 병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들이 적지 않다. 지금도 이유 없는 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 유전(가족력)은 대개 부모, 형제, 자매 등 직계 가족들의 질병 상황을 살핀다. 아버지가 대장암을 앓았다면 아들, 딸의 대장암 위험이 5% 정도 된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의 질병까지 생각하면 더 도움이 된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췌장암의 경우 할아버지-아버지-아들 등 3대에 걸쳐 환자가 나온 경우가 있다.

암, 치매, 뇌졸중(뇌경색-뇌출혈) 등은 투병 기간이 길고 후유증이 큰 대표적인 병이다. 특히 요즘 늘고 있는 뇌졸중은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몸의 마비, 언어 장애, 시력 장애 등이 남는 무서운 병이다. 몸의 마비가 심하면 주위 사람의 도움이 절실하다. 혼자서 화장실도 못 가면 시중들 사람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환자가 짜증을 내면 간병하는 사람이 더 힘들 수 있다.

환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통증이다. 초기에 암을 발견한 사람이라도 암 자체나 항암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30~50%가 통증을 겪는다. 암을 늦게 발견하면 통증이 더욱 심하다. 꽤 진행한 암 환자의 60~70%, 말기 암 환자의 80~90%가 심한 통증으로 밤잠도 못 이룰 수 있다. 환자는 육체적-정신적인 고통에 신음하고 간병하는 가족의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몸이 아프면 누구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특히 ‘암 환자’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전보다 죽음의 공포는 덜 느끼지만 암은 여전히 암이다. 암 환자는 진단과 치료, 부작용과 합병증 등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감정이 요동친다. 암 진단 후 치료에 들어갈 때까지 “내가 왜?” “암에 안 걸려본 사람은 나를 이해할 수 없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감정을 억누르다가 때로는 터뜨려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한다.

환자의 감정 기복과 스트레스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아프니까 짜증을 내고, 이를 잘 받아주던 가족도 장시간 시달리면 반응을 하게 된다. 육체적으로 시중드는 것도 힘든 데 환자의 잦은 짜증과 화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것이다. 치매 환자와 매일 마주 하는 가족들은 이런 상황이 더욱 심할 것이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의 10%가 넘는 약 89만 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2021년 기준). 2024년에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환자 중 여성 비율이 약 62%로 남성(38%)의 2배에 육박한다. 젊을 때 뇌 신경세포를 보호하던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폐경으로 사라지면서 신경세포 이상으로 기억력 등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요즘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이 주목받고 있다. 100세를 살아도 아파서 누워 지내는 기간이 길면 장수의 의미가 사라진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고통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암 사망의 30%는 흡연, 30%는 음식이라는 WHO의 연구는 뇌졸중 등에도 상당 부분 적용된다. 내 몸이 건강해야 가족들이 편안하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나는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죽을 수 있을까?”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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