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부상 피하고 오랫동안 골프 즐기려면…

[APOA 수부상지학회 스토리 #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손과 팔을 전공하는 수부 정형외과 의사로서 많은 골프 관련 부상 환자를 만나게 된다. 정형외과 의사 사이 농담으로, 환자에게 골프를 치시냐고 물어봐서 치신다고 하면 골프를 좀 줄여보라고 하고, 치지 않으시면 골프를 한번 시작해 보라고 권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물론 전자는 실현 불가능한 권고다.

연구에 의하면 50% 이상의 아마추어 골퍼가 부상을 경험하며, 그 빈도는 매년 100명당 16건 정도라 한다. 흔한 원인은 과사용, 잘못된 스윙 방법, 뒤땅치기다. 아마추어에게 가장 흔한 부상 부위는 허리이며, 다음으로 남성은 손목이, 여성은 팔꿈치가 가장 흔하고, 젊을수록 손목이, 나이가 들수록 어깨 문제가 흔하다고 한다.

팔꿈치에서 가장 흔한 부상은 골퍼 엘보(내상과염), 테니스 엘보(외상과염)라 부르는 팔꿈치의 힘줄(건) 질환이다. 근육이 힘을 발휘하려면 뼈에 단단히 붙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단단한 콜라겐 조직인 힘줄로 뼈에 붙게 된다. 그런데 손목을 움직이는 근육들을 무리하게 사용할 경우, 이 근육들이 팔꿈치에 붙는 힘줄에 병이 생기는 것이 골퍼 엘보, 테니스 엘보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임팩트 시 왼쪽 손목 근육에 무리를 주어 왼쪽 팔꿈치 외측에 발생하거나, 다운 스윙에서 오른손으로 당기는 근육을 너무 사용하거나 임팩트 충격으로 오른쪽 팔꿈치 내측에 흔히 발생한다. 아프지 않는 팔로 스윙하려고 하고, 가벼운 클럽으로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된다.

팔꿈치 힘줄 질환은 낫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한번 병이 생기면 보통 6개월에서 2년 정도 아프다가 감기와 같이 저절로 낫는다. 필자는 “오래 시간이 걸리는 감기” 또는 “중년의 지나가는 병”이라고 환자분을 안심시켜 드린다. 그 기간동안 아프고 살 수는 없으니, 소염제나 근이완제로 증상을 좀 다스리게 된다. 팔 근육을 아끼면서, 팔꿈치 아래 보조기를 착용해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막고, 꾸준한 스트레칭과 마사지로 힘줄을 부드럽게 해 주는 것이 좋다. 단기간의 물리치료나 충격파 치료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너무 아플 경우 스테로이드 주사가 염증 완화에 효과가 있지만, 힘줄 자체에는 나빠서 결국 재발하고 경과가 불량하게 되어, 필자는 권장하지 않는다. 환자 중 열에 아홉은 결국 좋아지지만, 일부는 힘줄의 변성이 심하거나 파열이 일어나 잘 낫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개원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재생 주사 중 유일하게 효과가 일부 검증된 PRP(자가혈소판농축 혈장) 주사법의 경우, 최근 급여화되면서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게 낮게 측정되어 진료 현장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손에서는 손가락의 힘줄이 부어 발생하는 ‘건초염(힘줄 막의 염증)’을 가장 흔히 본다. 건초염이 심한 경우는 손가락을 쥐었다 펼 때 힘줄의 부은 부위가 고리같이 생긴 막(활차)에 걸리면서, 마치 방아쇠를 당기듯이 튕겨진다고 해 ‘방아쇠 수지’라고도 부른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제, 스테로이드 주사, 손가락 부목 등으로 80% 이상 환자들이 낫지만 간혹 간단한 수술로 활차를 넓혀줘야 할 경우도 있다.

예방법은 손가락을 꽉 쥐는 강한 그립과 악력 운동을 피하고 좀 느슨하게 골프채를 잡도록 하는 것이다. 골프채의 그립 사이즈가 얇을수록 더 강한 악력을 주어 잡게 되므로 그립을 좀 두껍게, 미끄러지지 않게 피팅하는 것이 좋다.

뒤땅을 치거나 과도한 로테이션으로 손목 인대가 다치는 경우도 흔히 있는데, 손목에서는 무릎의 전방십자인대와 같이 안정성에 중요한 인대이다. 예방으로는 너무 찍어 치는 방식이나 딱딱한 곳을 피하는 것이다. 손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는 테니스밴드와 같이 손목을 감싸 주는 밴드나 보조기를 하면 안정감이 좋아진다. 손목이 약간 불안정한 상태라도 적응해서 지낼 수도 있지만, 심한 불안정성이 있을 경우는 수술이 필요하다.

과도한 백스윙과 코킹으로 좌측 엄지나 손목의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손목의 코킹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필자가 손목 골절로 치료해드린 한 여성분은 손목이 약간 굳어져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었는데, 오히려 손목이 고정되어 골프를 더 잘 치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셔서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아무쪼록 독자분들이 라운딩 전 10분 이상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고 평소에 푸쉬업, 윗몸일으키기 등으로 어깨와 팔 근육, 허리와 복부 코어 근육을 튼튼히 하여 부상 없이 즐거운 라운딩을 하시기를 바란다.

공현식 교수(APOA 수부상지학회 학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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