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작은 중국 우한 시장 너구리?

시장 카트에서 코로나19 감염된 너구리 추정 유전자 발견

중국 우한의 시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시장에서 밀거래되던 너구리를 연결할 수 있는 유전자 데이터를 발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제 바이러스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진이 중국 우한의 시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시장에서 밀거래되던 너구리를 연결할 수 있는 유전자 데이터를 발견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이 새로운 증거가 팬데믹의 기원에 대한 논쟁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자 데이터는 화난(华南) 수산물 도매시장이 신종 바이러스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으로 중국 당국이 시장을 폐쇄한 직후인 2020년 1월 경 시장 안팎에서 채취한 면봉에서 추출한 것이다. 그 무렵 밀거래되던 동물은 모두 치워졌지만 중국 연구진은 벽, 바닥, 우리, 우리를 옮기던 카트 등에 남아있는 유전적 정보를 면봉으로 채취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온 이들 샘플을 분석한 국제연구진의 과학자 3명은 너구리와 일치하는 다량의 유전 물질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 애리조나대의 진화 생물학자 마이클 워로비,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 크리스티안 앤더슨, 호주 시드니대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홈즈다. 미국 시사잡지 ‘더 애틀란틱’에 그 분석 결과가 처음 보도됐으나 자세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바이러스와 동물의 유전 물질이 뒤섞여 있다고 해서 너구리가 감염됐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또 너구리가 감염됐더라도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른 동물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도 있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너구리에게 바이러스를 옮겼을 수도 있다.

분석 결과 여우와 관련이 있고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는 털이 많은 동물이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이 남아있는 동일한 장소에 유전적 서명을 남겼다. 이에  해당하는 동물이 너구리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야생동물에서 인간에게 옮겨졌다는 시나리오와 일치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의 새로운 정보 평가와 새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주도하는 청문회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이른바 실험실 누출 이론이 주목을 받았다.

우한시장의 유전자 데이터는 바이러스가 실험실 밖의 야생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어떻게 유출되었을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공한다. 이는 또한 중국 과학자들이 화난 시장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확산되었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제공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중국 과학자들은 2022년 2월에 동일한 시장 샘플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샘플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바이러스가 시장에서 판매되는 동물이 아니라 시장에서 쇼핑하거나 일하던 감염된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으로 추정했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2022년 2월 중국 보고서를 통해 이들 면봉의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이 데이터가 공개되기를 기다렸다. 언제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중국 측에서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에 이를 보냈고 지난 4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진화생물학자 플로렌스 데바르 박사가 이를 발견해 워로비, 앤더슨, 홈즈 세 과학자에게 알렸다.

세 과학자는 지난주 새로운 유전자 데이터를 채굴하기 시작했다. 특히 한 샘플이 그들의 관심을 끌었다. 홈즈 박사가 2014년에 방문했던 화난시장의 특정 가판대와 연결된 카트에서 채취한 샘플이었다. 그 가판대는 새를 가둬둔 별도의 새장 위에 너구리들을 가둬둔 우리가 있었는데 이는 신종 바이러스 전파에 도움이 되는 환경과 정확히 일치했다.

연구진은 2020년 초에 그 가판대의 카트에서 채취한 면봉에서 바이러스와 너구리의 유전 물질이 포함돼 있음을 발견했다. 새로운 분석에 참여한 미국 유타대의 스티븐 골드스타 교수(바이러스학)는 “적어도 이 샘플 중 하나에서 바이러스 핵산과 함께 너구리 개 핵산이 많다는 사실을 비교적 빨리 알아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핵산은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화학적 구성 요소다.

국제 연구진은 국제적 연구원칙에 따라 해당 파일을 업로드한 중국 연구진에게 공동연구를 제안했다. 그러자 해당 염기서열이 GISAID에서 사라졌다. 누가 삭제했는지, 왜 삭제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연구진은 공개되지 않은 시장 샘플의 일부를 포함하여 더 많은 데이터를 찾고 있다. 데바르 박사는 “중요한 것은 아직 더 많은 데이터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일부 샘플에는 다른 동물과 인간의 유전 물질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골드스타인 박사는 “감염된 동물이 발견된 것이 아니며 그 가판대에 감염된 동물이 있었다는 것도 확실하게 증명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아직 데이터를 분석 중이며 보고서 발표 전에 분석 결과를 공개할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당시 시장에 있던 동물의 표본이 채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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