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뜨는 성형수술은?…엉덩이 지방이식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미국에서 가장 많은 화제가 되고 인기가 있는 수술로 BBL(Brazilian butt lift·브라질리언 버트 리프트)을 꼽을 수 있습니다. BBL은 배나 옆구리 지방을 흡입해 엉덩이에 이식하는 수술입니다. 브라질에서 기원된 수술도 아니고, 엉덩이 거상술도 아니지만 ‘브라질 엉덩이 거상’ 정도로 번역할수 있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2012년 미국에서 8500명 정도가 이 수술을 받았고, 매년 그 수가 급격히 늘어 2020년 약 5만건 정도가 시행됐습니다.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단순한 인기 성형수술이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 이슈의 중심에 있습니다. 미국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인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에서만 #BBL이 60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수술을 유명하게 만든 사람이 미국의 셀럽 ‘킴 카다시안’이니 BBL이란 단어는 ‘허세 캐릭터’라는 의미의 밈으로 쓰일 정도입니다.

허리는 더 날씬하게 만들면서 골반의 볼륨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이상적인 수술이지만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합니다. 킴 카다시안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는 ‘성형으로 키운 풍만한 엉덩이’입니다. 잡지 ‘페이퍼’의 표지에서 이런 이미지를 한눈에 볼수 있습니다.

잡지 ‘페이퍼’의 표지에 등장한 킴 카다시안.

파파라치들이 찍은 사진에서도 킴의 엉덩이는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의 미적 기준으로는 과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킴의 유명세와 함께 더 큰 엉덩이를 원하는 대중이 늘어났습니다. 비싼 수술비가 없는 젊은이들은 이른바 ‘야매’시술을 받으면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2011년 플로리다에서 가짜 의사에게 엉덩이 시술을 받은 뒤 숨진 사건이 사회적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엉덩이에 공업용 실리콘, 심지어 시멘트를 주입한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물론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받는 수술은 이보다 비교할 수도 없이 안전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 수술이 시행되던 초창기에 성형수술치곤 사망율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주요한 사망 이유는 ‘지방 색전증’ 이었습니다. 이식한 지방 중 일부가 혈관으로 들어가 폐혈관을 막는 것입니다. 통계에 의하면 3000건 중 1명이 사망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파파라치가 찍은 킴 카다시안.

이 수술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져 성형외과 의사 중에서도 이 수술을 시행하지 않는 의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미국 성형외과학회는 2018년 ‘엉덩이 지방 이식의 안전을 위한 대책 위원회(TF)’를 구성했습니다. 합병증 사고 발생시 위원회에서 파견된 전문의들이 부검에 참여해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수술의 문제점을 확인하도록 했습니다.

조사 결과 모든 합병증들은 지방이 엉덩이 근육에 이식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근육이 아닌 피하 조직에만 지방이 주입된 경우에는 사망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근육은 혈관이 풍부해 이식된 지방이 생착하기에 유리하지만, 엉덩이 근육 안쪽에는 하대정맥이라는 큰 정맥이 있어 이를 따라 지방세포가 혈관을 타고 폐혈관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대책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술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권고안에는 대구경의 주입관(캐뉼라)를 사용하거나, 지방을 비스듬한 각도로 천천히 주입하는 등 여러 권장 사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멘트 주입 사망’사건이 일어났던 플로리다주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띕니다. 2019년 플로리다주의학위원회(Florida Board of Medicine)는 근육에 지방을 주입한 의사에게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2022년 6월에는 근육에 지방을 주입되지 않도록 엉덩이 지방이식 수술 시 초음파를 사용하라는 긴급 명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하루에 시행할수 있는 수술을 3건으로 제한하는 규칙을 제정했습니다. 엉덩이 지방이식은 허리 전체에서 광범위하게 지방을 흡입하여 엉덩이에 이식하는 수술로 의사의 피로도가 큽니다. 수술을 너무 많이 시행하는 의사의 사고 확률이 높아질수 있는 것입니다. 이후 성형외과 의사들의 수술 기법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망률은 기존의 1/5 정도로 크게 낮아졌다고 합니다.

탈 코로나 시대에 지방흡입은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성형수술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허리 지방흡입과 엉덩이 지방이식을 함께 시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 비전문의가 시행하는 수술도 적지 않아 우려가 큽니다. 미국과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탄력있고 예쁜 엉덩이를 만드는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은 바로 운동이라는 것입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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