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성을 발견한, 키 130cm의 여성 천문학자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3년 03월 13일ㆍ1564번째 편지



지구에서 약 27억 2000만㎞ 떨어진 하늘엔 푸르스름한 진주 빛깔의 아름다운 행성이 있지요? 지구보다 63배 크고, 84년 주기로 태양을 돌면서 마치 공이 굴러가듯, 17시간 14분마다 한 바퀴씩 누워서 자전하는 천왕성 말입니다.1781년 오늘(3월 13일), 영국 바스에서 독일 출신의 윌리엄, 캐롤라인 허셜 남매가 이 얼음처럼 차가운 별을 발견했습니다. 나중에 독일 천문학자 요한 엘레르트 보데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할아버지 이름을 따 ‘Uranus’라고 명명했고, 일본 과학계에서 ‘하늘의 왕의 별’이란 뜻으로 ‘천왕성’이라고 번역했지요. 천왕성은 인류가 망원경으로 발견한 첫 행성이라고 하네요. 오빠는 여동생과 함께 발견했다고 자랑했지만, 학계에서는 한동안 누이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오빠 존 프레드릭 윌리엄 허셜은 18세기 천재 중 한 명으로 역사에 남아있지요. 윌리엄은 독일 하노버 군악대 오보에 연주자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처럼 군악대에 있다가 프랑스와의 전쟁 때 아버지 명에 따라 형과 함께 영국으로 피신했습니다. 그는 ‘주전공’ 오보에뿐 아니라 첼로, 하프시코드, 바이올린, 오르간 등 온갖 악기를 연주했으며 음악이론에도 파고들어 교향곡 24개와 여러 협주곡을 작곡했습니다. 수학에 빠져들며 과학자로서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요. 최고 성능의 망원경을 개발해 천왕성을 비롯한 숱한 별을 발견했고, 햇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서 가시광선 빨간색 바로 바깥을 온도로 재서 적외선의 존재를 찾아내기도 했습니다.윌리엄은 여동생에게 ‘제2의 삶’을 선물했습니다. 누이 캐롤라인은 10세 때 발진티푸스(리케치아균을 갖고 있는 이에 물려서 생기는 전염병)에 걸려 왼쪽 눈을 잃고 후유증으로 130㎝에서 성장이 멈췄습니다. 아버지는 가엾은 딸에게 교육을 시키려 했지만, 어머니는 딸이 어차피 결혼을 못할 것이므로 나머지 식구의 허드렛일을 하며 살기를 원했습니다. 윌리엄은 어머니를 설득해서, 가정부 역할을 하던 여동생을 영국으로 데리고 가서 소프라노 교육을 시켰습니다.

캐롤라인은 오빠가 천문학에 몰두하자, 함께 렌즈를 다듬어 망원경을 만들고, 마침내 천왕성을 발견합니다. 오빠가 그 별에 조지 3세의 이름을 붙여서인지, 영국 왕실의 지원을 받게 됐고 캐롤라인은 왕실로부터 월급을 받는 첫 여성과학자로 역사에 남습니다.

오빠의 조수 취급을 받던 캐롤라인은 32세 때부터 관찰 기록을 자신의 책에 남기기 시작했고 성운과 혜성을 잇따라 발견해서 천문학계의 주목을 받습니다. 그는 42세 때 오빠가 세상을 떠나자, 독일로 돌아가 성운의 목록을 집대성합니다. 이런 공로들이 쌓여 78세 때 영국 왕립천문학회로부터 금메달을 받고, 85세 때 여성 최초로 왕립천문학회 명예회원이 됩니다. 88세 때엔 아일랜드 왕립학회 명예회원이 됐고 96세엔 프러시아 왕의 과학금메달을 받습니다. 그리고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고령인 98세에 고향 하노버에서 눈을 감습니다.

윌리엄이 누이를 영국으로 데리고 가지 않았다면 캐롤라인은 집에서 작은 몸으로 힘든 허드렛일을 하다가 사라졌을 겁니다. 윌리엄의 천문학 성과에도 큰 지장이 왔을 것이고, 천왕성과 숱한 별들이 뒤늦게 발견됐겠지요?

어쩌면 지금 누군가를 이끌어주면 그 사람과 우리 인류에게 엄청난 전환점이 될 시기인데 눈을 감고 있지는 않겠지요? 아니면 누가 우리 스스로에게 커다란 기회를 주고 있는데, 스스로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 이 중요한 순간에 나이, 집안 환경, 학연, 경력 등을 탓하며!

오늘은 윌리엄 허셜의 여러 명곡 가운데 교향곡 8번 듣겠습니다. 마티아스 바메르트가 지휘하는 런던 모차르트 플레이어스의 연주로 준비했습니다. 천문학과 물리학에서 엄청난 발견을 한 위대한 과학자의 작곡이라니….

윌리엄 허셜 교향곡 8번 듣기 ▷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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