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남편 있나요?” 당구 ‘캄보디아댁’의 성공신화

남편이 발견하고 키운 아내의 당구 재능... 살림 도맡아 하면서 훈련 독려

11일 여자프로당구(LPBA) 왕중왕에 올라 성공신화를 이어 간 스롱 피아비(33-블루원리조트). 그의 성공에는 한국인 남편의 극진한 외조가 큰 몫을 차지한다. [사진= PBA]

당구 여왕 ‘캄보디아댁’ 스롱 피아비(33-블루원리조트)가 성공 신화를 더 활짝 열었다. 11일 2022~23시즌 여자프로당구(LPBA) 왕중왕에 올라 LPBA 최초로 정규투어-팀리그-월드챔피언십을 잇따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시즌 상금만 이번 대회 7000만원을 포함해 1억1940만원이다. 누적 상금은 거의 2억원에 육박한다. 소속팀(블루원리조트)에서도 꽤 많은 액수의 연봉을 받고 건자재 기업 에스와이, 캄보디아에서 인기가 높은 ‘박카스’ 제조사인 동아제약 후원도 받는다.

피아비는 11일 ‘SK렌터카 LPBA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서 3시간여 풀세트 접전 끝에 김가영(하나카드)을 4대3(11-6, 8-11, 11-5, 11-3, 9-11, 8-11, 11-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시즌 결승에서 김가영에게 패했던 그는 설욕전에 성공하며 LPBA 통산 5승을 기록, 김가영과 함께 최다 우승 타이를 이뤘다.

◆ 들에서 일하느라 손가락 풀물 들었던 소녀… 한국인 남편 만나다

캄보디아 출신 피아비는 수도 프놈펜에서도 멀리 떨어진 캄퐁참이 고향이다. 가난한 농가의 장녀인 그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새벽부터 밤까지 들에서 일하며 아버지를 도왔다.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일해 한국 돈으로 2000원 정도를 벌면 집안 살림에 큰 보탬이 됐다.

그에게 28세 연상의 남편 김만식(61)씨가 찾아 온 것은 지난 2010년. 당시 충북 청주시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던 남편은 “처음 본 (피아비) 손 끄트머리 손가락에 풀물이 들어서 새까매져 있었다. 화장도 전혀 안 해 얼굴이 (햇빛에) 거멓게 그을린 그대로였지만,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남편과 청주에 살면서 동네 당구장을 따라 간 게 인생을 바꿔 놓았다. 피아비는 처음 본 당구지만 자세를 금세 잡았고 곧잘 쳤다. 이 때 남편은 피아비의 심상찮은 당구 재능을 간파하고 큐대를 사주며 당구를 권유했다. 피아비도 당구에 흥미를 느껴 인쇄소 구석에서 박스에 구멍을 뚫고 큐가 반듯하게 나가는 연습만 3개월 동안 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특유의 승부 근성도 발견했다.

남편은 나이 차가 많은 아내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갖지 말자”고 제안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아내의 재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한 것이다. [사진= MBN ‘특종세상’]
◆ 남편이 발견하고 키운 아내의 당구 재능… “비 새는 고향집 새로 짓겠다”

남편은 피아비가 매일 당구 연습하는 것을 보고 선수 재목임을 새삼 확인했다. 성적이 안 나와도 매번 당구대회 출전비 40만원을 기꺼이 내줬다. 그는 “살림은 신경 쓰지 말고 당구만 열심해” 부추기며 잔소리도 했다. 식사 준비나 청소 등 살림은 도맡아 했다. 피아비는 “당구 연습이 매일 밤 11시에 끝나 늦게 집에 들어오면 살림을 도울 수 없었다. (살림을 거의 다 하는) 남편을 보고 ‘당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남편은 나이 차가 많은 아내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갖지 말자”고 제안했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아내의 재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한 것이다. 최근 그는 장인-장모를 한국에 초청해 건강검진 및 질병 치료, 여행에 도움을 줬다. 사위보다 열 살 아래인 장인은 “딸이 이렇게 잘 된 것은 사위가 딸에게 기회를 만들어준 덕분”이라며 고마워했다.

스롱 피아비는 11일 LPBA 왕중왕전 우승 후 “상금으로 캄보디아 고향 집을 새로 짓겠다. 비만 오면 빗물이 떨어져 엄마, 아빠께 너무 죄송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번 상금을 받아도 자기 옷을 사는 대신 부모님께 승용차 등을 사드렸다. 남편은 이를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했다.

피아비는 기자회견에서 남편에 대한 ‘애정 어린’ 말도 잊지 않았다. “여보, 당신 (당구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 덕분에 이번에 우승했어. 더 열심히 할 테니까 잔소리 좀 줄여…”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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