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내년 하반기 접종해도 된다고?”

[최재욱 칼럼] 정책신뢰 위해 변명 거두고, 거국적 대책 서둘러야

10일 미국 식품의약안전국(FDA)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권고하는 전문가 검토 보고서를 공개했고 이튿날인 11일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 위원들은 77%의 찬성으로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가결했다.

영국에 이어 미국 역시 코로나 백신의 보편적 접종을 시작하게 됐다. 놀라운 일이디. 지금까지 인류 역사 상 전염병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 즉, 백신을 이렇게 빨리 개발한 사례는 없었다. 지난 1월 코로나19 감염병이 출현 이후 1년도 지나기 전에 개발에서 실제 접종까지 하게 된 것은 분명 과학과 의학의 쾌거이다.

이제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 전쟁이 시작됐다. 영국은 지난 12월 8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400 만명 분의 백신을 12월 내에 국민에게 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백신 접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이르면 14일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해 내년 2월경 전체 인구의 3분의 1인 1억 명에게 접종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영국, 미국 등 주요국은 백신 배포와 접종 계획을 이미 구체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언제쯤 확실히 백신 확보가 가능한지, 언제부터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19 신규확진자 수가 통제불가능한 수준으로 급증하여 900명을 넘어가는 3차 대유행 위기 속에서 백신도 확보하지 못한 채 2020년 연말과 1월을 우리 국민은 희망도 없이 맞이하여야 하는 현실이다.

분명하게 짚어둬야 할 사실이 있다. 정부는 코로나 백신의 접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는데 이는 매우 중대한 오류이자 실책이다. 정부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듣기나 했는지, 믿을 수 가 없을 정도이다.

백신은 코로나19 유행을 중단시키거나 더 나아가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래서 백신을 ‘게임 체인저(Game-changer)’라고 일컫는 것이다. 치료제는 코로나19 감염 후 치사율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감염 자체를 종식시킬 수 없다. 이 때문에 전 세계 국가들이 백신 확보를 최우선적인 국가 정책 과제로 두고 확보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또 하나 더 정부당국과 국민이 확실하게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백신 접종률이 전 국민의 30%를 넘어가기 시작하면 감염 전파 차단 효과 즉, 신규 확진자 수와 감염확산이 감소하는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미국,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3, 4월경이면 전체 인구 중 백신 접종률이 20~30%를 넘을 것이다. 따라서 감염 통제의 가시적 효과가 나면서 감염을 통제할 수 있고 코로나 유행을 멈출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된다. 국민들이 코로나 이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고, 경제가 정상화 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로 급변하게 될 것이다.

정부와 사회는 코로나19로 붕괴된 경제와 고통 받아온 시민사회를 위하여 경제회복 대책과 지원책을 준비하고 이를 시행하기 시작할 것이다. 백신 접종률이 전 국민의 60%에 이르면 집단면역을 형성해 코로나19 감염의 종식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백신의 안전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거나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백신 확보와 접종을 내년 하반기에나 실시해도 된다는 정부 당국의 주장은 도대체 황당하기 그지없다.

국민의 고통과 경제적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이러한 정부의 주장은 도대체 어느 나라의 이야기인가? 차라리 백신 확보를 미리 하지 못해 늦추어 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솔직하고 인정하고 국민에서 사과하면서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거국적으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과 노력을 강구해서 최대한 빨리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얘기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이미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발표와 주장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신뢰를 거두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과 불신 탓에 백신 접종에 차질을 초래할 우려가 큰데, 이에 더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번지면서 방역정책이 붕괴되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솔직하고 투명한 소통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혹독하고 힘든 겨울을 극복해야만 하는 국민에게 최소한 희망을 주고 불신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백신 확보와 방역 정책 신뢰를 반드시 이루어내야만 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회 위원장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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