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스건 ‘반쪽짜리’ 이식…환자들은 몰랐다

업체 "문제 없다" 주장...재파열 우려 목소리도

무릎 관절 사이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아킬레스건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할 수 있다. [사진=mkitina4/게티이미지뱅크]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최소 2100명이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식 받은 것으로 나타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방 십자인대는 무릎 관절에 있는 인대로, 운동이나 외상 등에 의해 파열될 수 있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무릎의 안정감이 떨어지고 보행이 어려워진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휴식을 취하면서 냉찜질, 석고 고정 등 보존적 치료를 하지만, 정도가 심하면 십자인대에 아킬레스건 등을 이식하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아킬레스건 이식 수술을 통해 무릎 관절의 가동 범위와 근력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하면 7년간 적어도 2100명 이상의 환자가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식 받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아킬레스건은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이 수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건강보험공단에 접수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허가를 받은 아킬레스건만 수입·유통돼야 하는데 허가 받지 않은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

공단의 수사 의뢰로 서울경찰청은 인체조직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인체조직은행 10여 곳을 수사 중이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 업체들은 해당 제품을 병원에 유통했다.

환자들은 반쪽 아킬레스건인지 모르고 수술을 받은 상태다. 아킬레스건을 반으로 자르면 이식 용도로 쓰기에 부적합한 강도에 이를 수 있다. 업체들은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재파열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아킬레스건은 우리 몸에서 가장 두꺼운 힘줄이지만, 정상 두께의 아킬레스건 역시 무리한 운동 등으로 파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십자인대 환자 모임에서는 반쪽 아킬레스건을 납품 받아 사용한 병원들이 규격 미달 제품인지 모르고 사용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사람마다 아킬레스건 크기가 다르고, 납품 받은 제품 일부를 재단해 사용하기 때문에 반쪽 여부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반박 의견을 제기했다. 환자 모임은 이 부분에 대해 경찰 수사가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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