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이도 알코올 중독?…장발효 증후군

인체에서 자체 알코올 발효 생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술집 부근만 지나가도 취하는 사람이 있다. 술을 한방울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 술집 부근을 지나치지도,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이는 병이 있다. 이른바 ‘장발효 증후군(Gut Fermentation Syndrome)’이다. ‘자가양조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병에 걸리면 위장에서 음식물을 자체 발효해 알코올을 만든다. 인체가 술 생산공장, ‘양조장’이 되는 셈이다. 당연히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인다.

미국 국립 의학 도서관(National Library of Medicine)과 ‘마타키 메드(Makati Med) 병원 자료에 따르면 장발효증후군은 위장계, 구강, 비뇨기 계통의 균류나 세균에 의해 몸 안에서 에탄올(알코올)이 만들어지는 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술을 마시길 거부하면서도 알코올 중독의 징후와 증상을 보인다. 발효 효모와 희귀 세균의 여러 변종이 병원체로 확인된다. 내인성 에탄올 생산은 정상적인 소화 과정이 일부지만 장발효증후군 환자들은 효모나 박테리아가 병원성을 띠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극단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당뇨병, 비만, 크론병과 같은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주로 발견되지만 신체가 건강한 사람도 걸릴 수 있다. 만성 장폐색, 위장 마비, 비알코올성 지방간 또는 비알코올성 간염 등 간기능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자가양조증후군은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환자는 구토, 트림, 만성피로증후군, 어지럼증, 방향감각 장애, 실신, 과민성 장 증상, 콧물, 기침, 축농증 등 여러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불안, 우울증, 생산성 저하 같은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상당한 많은 양의 알코올이 신체 안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음주 운전 단속에 걸릴 수도 있다.

환자들은 주로 당분이 많거나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경향이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자세한 식생활 이력을 포함해 종합적인 신체검사가 필수다. 가족 구성원의 병력 조사와 각종 세균에 대한 민감성 실험을 해야 한다.

환자가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으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고 안정시켜야 한다. 효모나 세균에 대한 민감도에 따라 약물을 처방할 필요도 있다. 때론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필수적인 치료법은 발효의 원료가 되는 음식을 줄이기 위해 높은 단백질과 낮은 탄수화물로 구성된 식단을 준수해야 한다. 프로바이오틱스 보충제로 장내 세균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만성적인 재발 위험이 있는 환자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 미생물 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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