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문턱에서 살아났다”…임사체험 ‘첫 징후’

심정지 환자, CPR 중 리드미컬한 ‘뇌파’ 감지

심장 박동이 멈춰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살아난 환자의 약 20%가 ‘임사체험’을 설명한다. 이들의 뇌에서 다양한 뇌파를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죽음은 모든 사람의 관심사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일부 사람들의 ‘임사체험’을 뒷받침할 수 있는 리드미컬한 ‘뇌파’가 감지됐다.

미국 뉴욕대 의대 등 국제 연구팀은 심장이 멎은 뒤 심폐소생술(CPR)로 살아난 환자 가운데 약 20%가 ‘저승 문턱’까지 갔다 살아온 생생한 경험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특히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최대 1시간까지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징후인 다양한 뇌파(감마, 델타, 세타, 알파, 베타 등)가 발견됐다. 이들 뇌파 가운데 일부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사고력, 기억 검색과 의식적 지각 등 높은 수준의 정신 기능을 수행할 때에만 생긴다.

연구팀은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저자인 미국 뉴욕대 의대 샘 파니아 부교수(중환자진료)는 “심정지 환자들의 이런 경험은 무질서하거나 죽어가는 뇌의 속임수가 아니라, 죽음 직전에 나타날 수 있는 인간의 독특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미국·영국의 의대 병원 25곳에서 2017년 5월~2020년 3월 심장 박동이 멈춰 심폐소생술을 받은 남녀 환자 567명이 이 연구의 대상이었다. 이들은 즉각 치료를 받았으나 퇴원할 수 있을 만큼 회복한 경우는 10%에도 채 못 미쳤다. 연구팀은 심장마비 생존자 126명의 추가 증언도 수집해 분석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심정지 후 생존자들은 몸에서 분리됐다는 인식, 별다른 고통 없이 사건을 관찰한 경험, 타인에 대한 행동·의도·생각과 같은 삶에 대한 의미 있는 평가 등 독특하고 뚜렷한 경험을 회상했다. 이런 죽음 직전의 경험은 환각, 망상, 환상, 꿈 또는 심폐소생술로 인해 생긴 의식 등과는 사뭇 달랐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죽음 직전의 경험에 대한 회상과 뇌파 변화는 임사체험의 첫 징후일 수 있으며, 이번 대규모 연구에서 이를 처음으로 포착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의 자아 감각과 의식이 죽음에 직면해서도 완전히 멈추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른 생물학적 신체 기능과 매우 비슷하다.

연구팀에 의하면 죽을 때는 뇌의 대다수 자연 제동장치가 ‘탈억제(disinhibition)’라는 방식으로 해제된다. 이 때문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비롯한 깊이 있는 의식에 접근할 수 있다. 연구팀은 “죽음의 위기에 처해 혼수 상태에 빠진 사람들은 고통 없는 자각 등 독특한 내적·의식적인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연구가 임사체험을 완전히 입증하지는 못했지만, 이를 전적으로 부인할 수도 없다고 연구팀은 결론지었다. 또 심층적인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Awareness during Resuscitation-II: A Multi-Center Study of Consciousness and Awareness in Cardiac Arrest)는 미국과학진흥회 포털 ‘유레카 얼럿’과 건강매체 ‘헬스데이’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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