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많은 곳 무서워요” 트라우마 회복 1~2년 걸리기도

일반 스트레스와는 달라...주변의 '정서적 지지' 중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등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사고나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몸만 다치는 게 아니다. 마음도 다친다. 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심리적 외상을 입는데, 이를 ‘트라우마’라고 한다. 트라우마는 치료가 가능할까?

누구나 살면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수희 교수는 “일생에 한 번이라도 트라우마를 겪을 확률은 50% 이상으로 굉장히 높다”며 “가까운 사람의 죽음까지 포함하면 80%가 넘는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트라우마 증상과 대응법 등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해도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현장에 있던 부상자, 사상자 가족, 구급인력뿐 아니라 TV나 동영상공유서비스를 통해 해당 소식을 목격한 사람들에게도 트라우마가 일어나는 이유다.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와는 다르다. 트라우마는 안전 및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과 연관돼 발생하는데, 이후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지게 되며 다양한 부정적 증상이 나타난다. 최 교수는 “피로, 두통, 소화불량, 식욕부진, 손발 저림 등 여러 신체 증상이 생길 수 있다”며 “불안, 걱정, 원망, 화, 슬픔 등 다양한 감정 반응을 경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땐 치료를 받아야 할까? 모든 사람이 치료 대상은 아니다. 큰일을 겪은 뒤 충격, 놀람, 무기력, 혼돈 등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정상적인 반응이기 때문. 하지만 증상이 심각할 땐 치료가 필요하다. 최 교수는 “충격, 공포 등의 감정은 향후 찾아올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준비”라며 “하지만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가 필요한데, 이러한 사람 중 절반 이상은 3개월 내 회복된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사람의 80~90%는 1~2년 내 회복된다”고 말했다.

트라우마를 겪은 당사자는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표현하도록 한다. 이는 감정적 해소를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 말이 아니라 글로 표현해도 된다. 단, 당시의 상황이 연상돼 힘들 땐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 최 교수는 “이야기를 꺼낼 때 당시 상황이 떠올라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렵다면 강박적으로 남에게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불면이나 우울 등의 문제를 겪을 땐 전문가 상담을 거쳐 일시적으로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정서적 지지’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더 이상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도록 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상황, 이때 받을 수 있는 도움 등에 대해 알려주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을 경험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사람들도 있다. ▲그때의 기억이 강제적으로 반복해 떠오르거나 ▲관련 장소나 상황 등을 회피하거나 ▲예민한 상태가 유지되거나 ▲’이 세상은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부정적인 인지 및 감정 등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PTSD에 해당한다. PTSD 환자는 공격적 성향, 충동 조절 장애, 우울증, 약물 남용, 성격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약물치료와 정신치료요법으로 치료한다. 최 교수는 “약물치료는 항우울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정신치료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PTSD가 있으면 본인이 행복하게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므로 주변 사람들은 관계성을 유지하며 정서적 지지를 충분히 전달하도록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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