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가 생명을 구하는 경우

폐고혈압·자궁 외 임신 등 여섯 가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중한 태아를 만삭까지 품고 있다 정상 출산하는 게 이상적이다. 임신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소는 임신부의 심장, 폐, 신장에 부담을 준다. 분만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질 파열과 과도한 출혈, 기타 출산 관련 합병증 등으로 인해 출산 이후 입원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

만약 임신부가 임신 전부터 특정한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어떨까? 임신부는 자신이 몸 상태가 계속 악화되면 낙태 여부를 고민할 수도 있다.

‘산모-태아 의학(MFM)’은 임산부와 태아를 치료하는 산부인과의 하위 분과다. MFM 실무자는 고위험 임신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전문화되어 있다. 미국 뉴욕 랑곤헬스(Langone Health) 산부인과 임상 조교수이자 MFM 전문가 메가나 리메이(Meghana Limaye) 박사는 “임산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낙태를 권하면 그들은 고뇌한다”고 말했다. 그 누구도 선뜻 낙태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낙태를 해야 하는 여섯 가지 경우가 있다. ‘에브리데이헬스’가 이를 소개했다.

1. 폐고혈압

폐고혈압은 심장과 폐를 연결하는 혈관의 압력이 너무 높아 몸에 큰 부담을 주는 질병이다. 혈액을 폐로 보내기 위해서, 심장은 과도하게 일해야 한다. 임신 중이라면 심장은 혈액을 펌프질하느라 더 열심히 일한다. 자라나는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메이 박사는 “폐고혈압이 있는 데 임신하면 심각한 심부전에 걸릴 수 있다. 사망률이 50%에 달한다. 임신 중에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 자궁 외 임신

정상적인 임신에서 수정란은 자궁에 착상한다. 때때로 나팔관 내부 같은 다른 곳에 수정란이 놓이는경우가 있다. 이걸 자궁 외 임신이라고 부르는데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나팔관이 파열돼 생명을 위협하는 내출혈이 발생할 수 있고, 태아 역시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다. 이 경우 낙태는 임산부의 생명을 구한다. 수술보다는 ‘메토트렉세이트’란 약물 또는 복강경 검사로 임신을 중지한다.

3. 심각한 자간전증

자간전증은 전자간증이라고도 하고, 흔히 임신중독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임신 중 독성물질 축적, 혈관 내피세포 손상으로 인한 고혈압이 발생해 다른 장기에 악영향을 끼치는 병이다. 리메이 박사는 “임신한 지 절반 쯤 지나면 자간전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심각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산부는 발작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고, 신장이나 간 같은 다른 장기에 손상을 입어, 심각하게 아플 수 있다. 임신 중단이 가장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신을 중단하면 자간전증은 사라진다.

자간전증이 심각하면 유도 분만을 한다. 24주 이전에 분만을 유도하면 낙태로 간주한다. 태아가 그 시점에서는 자궁 밖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각한 자간전증 상태에서도 매우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최대 34주까지 임신을 지속할 수 있다.

4. 심각한 신장병

미국 국립 신장 재단에 따르면 신장 질환은 임산부에게 위험하다. ‘메이요 클리닉’은 비교적 흔한 질환인 당뇨병과 고혈압이 신장 질환의 원인이라고 했다. MFM 의사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ackney) 박사는 “임신하면 신장의 활동량이 는다. 신장 질환이 있다면 신부전과 임신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장병이 있는 상태에서 임신했다고 모두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의 합병증을 경험하는 건 아니지만 신장병이 심각하다면 임신을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모와 태아에게 모두 위험하기 때문이다.

5. 암

임산부 암 치료법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치료법이 때때로 임신 중에는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암 치료를 선택하고 임신을 중단할 수 있다. 호크니 박사는 ”암 환자가 낙태하지 않아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산부가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방사선 치료 같은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암 예후가 악화하거나 암이 재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 치명적인 태아 기형

비극적이게도 어떤 태아는 생명을 위협받는 상태로 자란다. 뇌가 발달하지 않거나 두개골 없이 태어나기도 하는데, 이를 무뇌증이라고 부른다. 이는 산전 검사에서 알 수 있다. 뇌진탕을 가진 상태로 태어난 아기들은 태어난 직후에 죽는다. 이 경우에 낙태는 출산보다 훨씬 안전하다. 미국에서 낙태로 사망하는 사람이 10만 명 중 1명 미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0만 명 중 18명이 임신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한다고 밝혔다. 임신 관련 합병증 사망 위험이 낙태 사망 위험의 거의 20배에 달한다.

    김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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