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분야 진료역량 강화하려면…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모 대형병원 과장급 간호사가 출근 뒤에 어지럼증과 두통으로 응급실을 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검사결과 뇌출혈로 진단되어 신경외과적 중재치료를 시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혈이 되지 않아 수술치료가 필요했다. 당시 수술을 맡는 해당병원 신경의사 두 명은 모두 휴가중이어서 결국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간호사는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수술할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는 것이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는 해당 병원에 대하여 현지 조사를 통해 당직 및 휴가 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 수술이 가능한 다른 병원으로 전원과 이송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확인하였지만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다만 해당병원에 당직이나 휴가, 전원, 이송에 대한 조치방안을 마련하도록 행정지도를 시행하였다.

이렇게 대형병원에서도 뇌출혈로 쓰러진 직원을 살릴 수 없는 의료환경이 알려지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를 푸는 해법도 다양했다. 혹자는 절대적인 의사수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였고, 반대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하여 저수가 정책을 고집하여 만들어낸 의료시스템이 문제이기 때문에 저수가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위 주장들이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지만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응급의료를 다루는 분야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주장이 있지만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과연 이들이 응급의료를 다루는 분야로 간다는 보장이 없다. 현재도 응급환자들을 다루고 있는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전공은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수련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이러한 과에 지원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저수가 정책이 원인이라는 주장은 현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은 진료수익과 상관없는 동일한 월급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다만 진료수익에 따른 성과급은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실제 그 차이는 높지 않다. 또한 저수가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환자수가 절대적으로 많으면 병원은 필요한 전문의 수를 늘린다. 따라서 현재 건강보험의 저수가제도 자체만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장내과의사 3분의 2, 한달 온콜당직일수 7일~15일

개인적으로는 최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이전에 외과적인 방법으로만 치료가 가능했던 질환들이 점차적으로 중재적 치료와 같이 덜 침습적이고 회복도 빠르고 예후도 좋은 방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수술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병원은 수술치료를 하는 의사 수는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중재적 치료를 시행하는 의사의 수를 집중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의사들은 힘들고 배우기 어렵고 취직하기도 어려운 수술치료보다는 배우기 쉽고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면서도 취직하기도 쉬운 중재치료 쪽에 몰리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최근 젊은 세대들의 생각변화이다. 젊은 세대들은 워라벨을 매우 중시한다. 이러한 워라벨이란 일을 할 때는 하고,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보장받는 것인데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외과 등 응급환자나 중환자를 진료하는 과들은 이러한 워라벨이 지켜지지 않는다. 야간은 물론 주말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응급환자들은 의사들의 삶을 황폐화시키기 때문이다.

필자와 같은 심장내과 중재의사의 경우 이러한 워라벨이 무너지는 최전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성심근경색은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어 가능한 빨리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여 90분이내 시술이 시행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는 당직인 심장내과 중재의사는 연락을 받고 빠른 시간안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당직인 심장내과의사는 야간은 물론 주말이나 휴일에도 언제나 핸드폰을 주변에 끼고 있어야 하는 것이며 음주나 근처 여행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러한 당직일이 한달에 적게는 일주일에서 많게는 20일이나 된다는 것이다. 2022년 심혈관중재학회에서는 회원을 대상으로 온콜당직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는데 응급시술을 위한 온콜대기일수가 한달에 7~10일인 경우가 50.4%이었고 11~15일인 경우가 17.7%이었다. 즉 2/3가 한달에 7일에서 15일 온콜당직을 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과 수고에 대한 보상은 거의 없거나 매우 적다.

위 설문조사에 의하면 온콜당직에 대하여 병원에서는 전혀 금전적인 보상을 하고 있지 않고, 온콜을 받고 나왔을 경우에 한하여 교통비명목으로 약간의 보상을 하고 있는데 온콜을 받고 나오면 1만~4만9천원을 받는 경우가 15.3%, 5만~9만9천원을 받는 경우가 37.7%였다. 아예 ‘없다’고 대답한 경우도 21.0%이었다.

이와 함께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이러한 의사들은 야간이나 심야에 응급환자 치료나 수술에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다음날 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전날 밤에 날을 새가면서 수술을 하였더라도 다음날 아침에 잡힌 시술이나 외래는 그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휴가도 당직스케줄에 맞추어 가야하기 때문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다. 그리고 휴가를 갈 때에는 대신 당직을 서는 사람의 눈치도 봐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최선을 다해 치료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소송에 걸리기도 쉽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으로 인하여 젊은 의사들은 점점 응급환자나 중환자를 치료하는 흉부외과, 신경외과, 외과와 같이 필수과목을 전공하기 꺼려하고 워라벨이 상대적으로 좋은 피부과, 안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에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혹자들은 의사들은 아픈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사명감만으로는 살 수 없다. 자신의 삶도 중요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욜로(you only live once, YOLO)라는 말이 인기를 끌까? 이러한 의료기술로 인한 치료법 및 세대의 생각변화를 이해하고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하여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무슨 정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응급환자나 중환자들을 진료하는 필수과목 의사들의 수는 점차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수가가 매우 낮거나 해당 환자수가 적지만 생명과 관련된 필수과의 경우 병원이 적정의사 수를 어떻게 유지하게 할지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은 병원으로서는 비용이다. 하지만 만약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면 병원은 이러한 의사들을 충분히 고용하는 것에 주저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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