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무지개 마약’, 美 청소년 정신건강 위협…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오남용 경고 계속

미국 마약감독국(DEA)이 압수한 ‘레인보우 펜타닐’ 모습. [사진=DEA]
하루 110명, 매년 5만 명.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미국인의 숫자다. 1990년대 후반 통증을 싹 가시게 하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했지만, 이제는 ‘죽음의 물결’을 일으키는 신종 마약처럼 여겨진다. 최근 미국에선 펜타닐에 알록달록한 색상을 입혀 10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판매하려는 시도도 적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범죄조직, ‘대놓고’ 마약 중독 유도”

최근 CNN 헬스 등 외신은 유사 마약으로도 악용되는 펜타닐 계열 약물이 10대 어린이나 청소년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말 미국 마약감독국(DEA)은 미국 18개 주에서 일명 ‘레인보우 펜타닐’로 불리는 약물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DEA는 10대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기 위한 멕시코 국적의 마약 밀거래 조직의 판매 수법으로 봤다.

흰색 알약 혹은 흰색 가루로 유통되는 펜타닐에 색을 입혀 판매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DEA는 앞서 몇 년 동안 파란색의 펜타닐 알약을 적발해왔다. 이는 단속망을 피하고자 다른 종류의 약으로 위장하려는 목적이었다. 이 역시 10대 청소년을 목표로 한 판매 수법이었다. 미국 청소년들이 복용하곤 하는 자낙스(알프라졸람·불안장애나 공황장애, 수면장애 등에 쓰이는 벤조디아제핀계 향정신성 의약품)나 옥시코돈(펜타닐보다 약한 효과를 보이는 오피오이드계 마약성 진통제, 마약류 분류) 등으로 보이기 위해서다.

DEA와 미국 언론은 이번에 발견한 레인보우 펜타닐의 존재를 더욱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펜타닐에 알록달록한 색상을 입힌 것은 어린이·청소년의 약물 오남용을 ‘대놓고’ 부추기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일부 마약 밀매조직이 같은 목적에서 헤로인에 식용색소를 넣어 판매한 경우도 있었다.

DEA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독성이 강하고 치명적인 펜타닐을 사탕처럼 보이게 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판매하려는 마약 밀매조직의 수법”이라면서 “의도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펜타닐 중독을 유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CNN 헬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콜로라도주 등 여러 지역에서 아동·청소년의 레인보우 펜타닐 노출 사례가 발견되곤 있지만, 아직 10대의 펜타닐 과다 복용 피해 현황을 구체적으로 집계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존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2019년 사이 미국에선 20만 명의 10대 아동·청소년 의도하지 않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이 중에서도 상당 비율이 펜타닐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펜타닐이란?

엄밀히 말하자면 펜타닐은 마약이 아니다. 의료용으로 개발된 ‘오피오이드(Opioid·아편유사제)’ 계열의 마약성 진통제 중 하나다. 펜타닐을 비롯한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의 상당수는 ‘아편(opium·오피엄)’  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펜타닐과 유사한 약이 모르핀이다. 모르핀 역시 투약 후 환각을 일으킬 정도로 강한 마약성 진통 효과를 내는데, 펜타닐은 이보다 100배 이상 더 강력한 효과를 낸다. 따라서 소량만으로도 치사량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중독 증상을 불러온다. 니코틴의 치사량이 40~60mg이라면 펜타닐은 2mg에 불과하다.

값싸고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펜타닐은 빈곤층을 중심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고 대체 마약으로까지 남용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한 피해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자 미국 정부는 이를 ‘오피오이드 전염병’이라고 지칭하고 2018년에는 ‘마약성 진통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과 마약성 치료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처방에 따른 펜타닐 오남용 우려는 크지 않다. 2011~2016년 주요 국가의 펜타닐 유통 규모를 집계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을 유지했다. 최근 들어 펜타닐 관련 약물이 마약 밀거래 시 단골 상품으로 등장하고 있어 보건·치안 당국은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다.

2011~2016년 OECD 회원국별 오피오이드 계열 마약성 진통제 유통 규모. [사진=OECD)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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