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의 ‘영원한 화학물질’…손쉬운 분해 방법 찾아

100°C 온도와 용매로 분해 가능성 입증

PFAS는 소방용 발포제, 방수복, 끈적이지 않는 프라이팬 같은 조리기구에 널리 사용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보다 손쉽게 분해할 방법이 개발됐다. 18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발표된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 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PFAS는 소방용 발포제, 방수복, 끈적이지 않는 프라이팬 같은 조리기구에 널리 사용된다. 일반 환경에서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 물질’이란 별칭이 생겼다. 토양과 물에 쌓이며 한번 먹으면 인체에 계속 축적된다. 2015년 연구는 미국인 97%의 혈액에서 PFAS가 발견됐으며 이는 갑상선질환, 높은 콜레스테롤, 암의 유발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화학물질들은 원래 안정적이도록 설계됐습니다. 환경에 들어가면 그 장점은 결함이 됩니다.” 캐나다 요크대의 시라 주단 교수(환경화학)의 설명이다. PFAS는 물에서 제거할 순 있지만 매우 어렵다. 매립지에 묻히면 주변 환경으로 스며들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기존의 PFAS 처리방법은 1000°C 이상의 고온과 고압이 필요한 고난도 고비용 기술이었다. 설상가상으로 PFAS이 들어간 제품을 태우면 이 물질이 환경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새 처리기술 개발을 주도한 브리트니 트랑 박사(환경화학)는 경고했다.

트랑 박사가 이끄는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저렴한 시약과 약 100°C의 온도에서 가장 큰 PFAS 그룹 중 하나를 분해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주단 교수는 이 접근법에 대해 “실제 (기존 방법과) 차이가 나는 처리방법을 접한 것은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PFAS는 탄소-불소 결합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자연 상태에서 가장 강력한 화학 결합 중 하나다. 트랑 박사와 동료들은 이 안정된 분자구조의 결합을 깨기보다는 그 일부를 구성하는 산소 원자를 포함한 화학그룹을 목표로 삼았다.

연구진은 비누나 세척제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시약과 다이메틸설폭사이드(DMSO)로 불리는 용매에 PFAS를 넣고 가열해 산소원자를 함유한 화학그룹을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궁극적으로 PFAS를 무해한 생성물로 분해하는 일련의 반응을 촉발하게 된다. 연구진은 이 접근법을 사용해 10종의 PFAS와 일반적인 대체 물질 중 하나를 분해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PFAS는 1만2000종 이상이다. 이중에서도 과불화옥탄산(PFOA)류와 과불화옥탄술폰산(PFOS)류는 잠재적 독성이 강해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기존 처리기술은 PFOA와 PFOS도 모두 분해할 수 있다. 그러나 노스웨스턴대가 개발한 기술은 PFOA까지는 분해할 수 있지만 PFOS는 분해할 수 없다고 미국 엔지니어업체 테트라테크의 이안 로스 PFAS 컨설팅팀장은 지적했다. 그는 또 DMSO를 폐기물 처리의 용매로 사용하면 그 처리비용이 또 만만치 않게 들기에 비실용적일 수 있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접근방식이 다른 처리방식 개발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했다. 연구 책임자인 노스웨스턴대 윌리엄 딕텔 교수(화학)는 “PFAS의 분해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것을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록 최종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다른 처리 방식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m8868)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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