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퇴치할 신형무기, 실전 테스트 돌입

단일클론항체 접종하고 말라리아모기에게 물린 17명 중 15명 무사

단일클론항체가 현재 개발된 백신보다 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말라리아 감염을 막아주기 위해 개발 중인 단일클론항체 주사를 맞고 말라리아모기에 노출된 17명 중 15명이 3주 뒤에도 혈액에서 말라리아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2차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게재된 사설을 토대로 미국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말라리아는 인류의 오랜 숙적이다. 2020년 세계에서 2억4000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에 감염됐고 60만 명 이상이 숨졌다. 말라리아에 대한 인류의 전쟁에서 지난해는 중요한 승리가 이뤄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어린이용 말라리아 백신인 모스크릭스(Moscirix)을 승인한 것. 생후 5개월~17개월 사이에 3회 투여되고, 약 18개월 후에 4회 투여되는 이 백신이 보급되면서 향후 4년 동안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어린이를 약 36%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AIDA) 백신연구센터의 면역학자 로버트 세더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말라리아에 맞설 또 다른 신형 무기를 개발 중이다. 말라리아 병원충 중에서 가장 내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플라스모디움 팔키파룸(열대열말라리아원충‧이하 팔키파룸)의 핵심 단백질인 CSP에 대해 반응하는 천연항체를 백신접종자에게서 추출해 실험실에서 단일클론으로 배양한 단일클론항체다.

연구진은 지난해 이 단일클론항체를 주입한 9명의 자원자를 6개월간 말라리아 모기에게 물리게 했지만 감염되지 않았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는 23명의 건강한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그 중 17명은 단일클론항체를 주사했고 나머지 6명은 비교군의 역할을 했다.

이들은 통제된 조건에서 팔키파룸에 감염된 모기에게 노출됐고 3주후 혈액검사를 통해 감염여부를 확인했다. 대조군 6명 모두의 혈액에선 팔키파룸이 검출됐다(이들은 모두 표준 말라리아 치료제로 치료됐다). 단일클론항체 주사를 맞은 17명 중에 15명의 혈액에서 기생충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번 임상시험에 사용된 모노클론항체는 1년 전 1차 임상시험 때보다 약효를 더 강화한 것이다. 1회 주사하면 6개월~12개월 동안 약효가 지속되며 정맥주사가 아니라 일반적 주사로 투약가능하다는 점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없어도 되기에 비용도 줄여줄 수 있다.

이번 실험 결과를 NEJM 사설로 소개한 미국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조안나 데일리 교수(감염병)는 단일클론항체가 현재 개발된 백신보다 더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분되는 소식이라고 전했다. 세더 박사는 이론적으로 단일 클론 항체가 백신보다 더 잘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백신은 병원균에 대한 항체를 생산하기 위해 면역 체계를 훈련시키는 것에 의존하기에 반응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단일클론항체는 균일한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데일리 교수는 “자동차 연료탱크에 기름을 채워 넣듯이 필요할 때마다 주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단일클론항체의 단점은 연료탱크가 비게 되면 약효가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세더 박사는 대신 백신처럼 중구난방 식의 항체가 아니라 말라리아만 겨냥한 맞춤형 항체를 갖게 된다면서 “마치 모든 선수가 마이클 조던으로 이뤄진 농구팀을 갖게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단일클론항체에 대한 대규모 임상시험은 북아프리카 말리에서 시작됐으며 동아프리카 케냐에서도 시작될 예정이라고 세더 박사는 밝혔다. 데일리 박사는 단일클론항체의 효과가 검증될 경우 백신과 치료제 등 기존 말라리아 예방 플랫폼과 단일클론항체를 어떻게 접목해 시너지효과를 끌어내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더 박사는 아기들에게 백신을 접종한 다음 단일클론항체는 촉진제(부스터 샷)로 매년 또는 몇 년에 한 번씩 접종하는 방안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성이 강하기로 악명 높은 말라리아 기생충이 백신과 단일클론항체를 회피할 방식으로 진화할지 여부이다. 그것은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데일리 교수는 덧붙였다.

해당 사설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2-13461-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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