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출신 부자가 빈곤층 더 깔본다?

"나는 해 냈는데 (가난한 자들이) 왜 할 수 없지"

돈에 파묻힌 남자. 어떻게 부자가 됐느냐에 따라 빈곤층과 부의 재분배에 대한 시각도 달라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난하게 태어나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태어날 때부터 부유하게 태어난 부자들보다 빈곤층을 덜 동정하고 부의 재분배도 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 캠퍼스 연구팀이 미국인 7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미국인들은 대체적으로 가난하게 태어나 부를 쌓은 사람들이 부의 재분배를 더 강력히 지지하고, 빈곤층에 대해 동정적이고 사회 복지에 공감하길 바라고 있지만 이런 기대감은 뜻밖의 연구 결과로 깨졌다.

연구팀은 다양한 형태의 소규모 연구 5건을 수행했다. 그 가운데는 연소득 최소 8만 달러(약 1억 296만원) 이상인 사람은 물론, 연소득 14만 2000달러(약 1억 8275만원) 이상인 사람까지 포함한 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도 있었다.

이 설문조사 결과, 가난하게 태어나 부자가 된 사람들은 사회경제적 지위(SES)를 높이는 것을 상대적으로 훨씬 더 쉽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흙수저’ 출신 부자들은 “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냈는데, 왜 그들은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미국 억만장자이자 카지노 거물이었던 고 셸던 애들슨의 2010년 발언을 인용했다. “내 부모님은 가난했다… 나는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손가락 피부가 다 닳고 뭉개진 사람으로서 말하고 있다.” 이런 시각 때문에 흙수저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이 낮아진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이 연구의 주요 저자인 UC 어바인 구현진 교수는 “자수성가한 부자는 태생적 부자보다 사회경제적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덜 어렵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27%는 “부자를 존경한다”고, 약 88%는 “자수성가한 부자를 존경한다”고 각각 답변했다. 이번 온라인 조사는 최상류층 슈퍼 부자들을 포함하지 않아 한계를 안고 있다. 연구팀은 사회적 부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상향 이동성(upward mobility)’이 사람의 사고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결론짓기 위해선 더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If I Could Do It, So Can They: Among the Rich, Those With Humbler Origins are Less Sensitive to the Difficulties of the Poor)는 ≪사회심리학 및 성격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저널에 실렸고 미국 건강매체 ‘헬스데이’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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