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코로나19 같은 만성질환 치료 열쇠될까?

미토콘드리아가 코로나19나 파킨슨병 같은 만성 질환의 치료법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세포에 연료를 공급하는 생체 발전소다. 이 미토콘드리아가 파킨슨병과 장기 코로나19 같은 만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할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신체 세포에 수백여 개씩 존재하는 작은 튜브 모양의 구조체다. 우리가 먹은 음식을 세포의 에너지원인 복잡한 화학물질 ATP로 전환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ATP가 없다면 뇌에서 근육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세포는 제 기능을 하는데 필요한 연료가 부족할 것이고, 우리의 장기는 빠르게 마비될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는 ATP 생성 이상의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우리가 추울 때 열을 발생시켜 체온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혈류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 헤모글로빈의 합성과 칼슘의 저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눈의 미토콘드리아는 망막에 빛을 집중시켜 우리가 환경을 인식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면역체계의 반응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점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의 세포를 지탱해 주기도 하지만 세포사멸의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거되고 파괴되어야 하는 오래되고 손상된 세포들을 식별하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세포의 핵에 저장된 DNA와 분리된 그들 자신만의 별도의 DNA를 갖고 있다. 세포핵의 DNA는 부모로부터 절반씩 물려받은 것이지만 미토콘드리아 DNA(mtDNA)는 1만 7000개 미만의 염기쌍으로 구성된다. mtDNA는 많은 단백질에 대한 특정 지시를 암호화하는 역할을 한다.

과학자들은 지난 10년간 미토콘드리아의 정상적 작동을 방해하는 mtDNA의 돌연변이가 다양한 만성 질환에 관련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극단적인 경우는 mtDNA의 돌연변이가 유전적으로 획득되는 이른바 미토콘드리아 질환이다. 4300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미토콘드리아 질환의 결과는 치명적이다. 이 질환에 걸리면 평균 수명이 10세-35세 사이로 대부분 뇌나 근육 손상, 심장이나 신장 같은 장기 손상으로 인해 전신 쇠약으로 사망한다.

영국 케임브리지 분자생물학연구소(MRC)의 미하우 민추크 연구원이 이끄는 민추크 연구그룹은 mtDNA와 파킨슨병의 상관관계를 연구 중이다. 일부 파킨슨 환자는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제거되고 건강한 버전으로 대체되는 것을 막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 결과 체내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점점 더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신경세포(뉴런)과 같은 세포들은 그들이 공급하는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 기술의 부상은 이러한 mtDNA 돌연변이에 대한 치료법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른 만성질환과 노화를 막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문제는 CRISPR는 RNA 조각을 사용해 돌연변이를 잘라내도록 특정 DNA 위치로 효소를 유도하는 데 RNA를 mtDNA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 있었다.

지난 몇 년 간 민추크 연구그룹은 RNA 없이 CRISPR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효소를 설계했다.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시험이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 기술의 미래 잠재력은 엄청나다. 민추크 연구원은 “우리는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적 구성을 변화시키면서 기존의 돌연변이를 제거할 수 있지만 이를 넘어 새로운 돌연변이를 촉발시키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토콘드리아 게놈을 해킹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건강 관리 방법을 바꿀 수 있지만 미토콘드리아의 건강을 개선하는 더 즉각적인 방법을 찾으면 ME/CFS라고도 알려진 장기 코로나19 만성피로증후군을 가진 수백만 명의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옥스퍼드대의 심장병 전문의 베티 라만 교수는 미국의 생명공학업체인 악셀라 테라퓨틱스에 의해 생산된 AXA1125로 알려진 아미노산 칵테일이 장기 코로나19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약은 가루로 만든 음료로 하루 세끼 식사와 함께 먹으면 사람들의 피로회복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치료제의 핵심 아이디어는 미토콘드리아에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료를 공급하고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복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미토콘드리아가 장기 코로나19 환자의 질병에 관여됐다는 생각은 코로나19에 걸린 이후 운동 후 만성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증세의 환자들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의 결과로 얻어졌다. ‘운동 후 피로감(PEM)’으로 불리는 이 증세는 유전성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가진 사람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이다.

라만 교수는 PEM에 걸린 긴 코로나 환자들이 그들의 근육이 기대했던 것만큼 효율적으로 혈액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백혈구의 미토콘드리아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의 ATP 생성에 효율적이지 않음을 발견한 그는 이것이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왜 이 환자들의 미토콘드리아는 ATP 생성에 있어서 느려지는가? 미국 브리검여성병원의 폐 및 중환자 치료 의사인 데이비드 시스트롬 박사는 ME/CFS 환자를 연구함으로써 해답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ME/CFS는 많은 경우 엡스타인-바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촉발되고 장기 코로나19와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시스트롬 박사는 이 환자들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연구했을 때 정상으로 보였지만 근육 생체검사를 실시하자 미토콘드리아 깊숙한 곳의 전자 수준에서 이상이 확인됐다. 그는 “ME/CFS와 장기 코로나19는 모두 후천적 형태의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일 가능성이 높으며, 초기 감염 자체나 바이러스에 대한 자가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것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방해하지만 DNA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며 미토콘드리아가 근육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절한 양의 ATP를 생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시스트롬 박사는 현재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 대사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약을 개발한 일본 제약회사 아스텔라스와 제휴해 ME/CFS 및 장기 코로나 환자를 대상으로 자체 임상 시험에 착수했다. 라만과 시스트롬은 모두 미토콘드리아 기능 부전이 장기 코로나바이러스 및 ME/CFS 환자들 하위 집합의 한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긴 코로나 ME/CFS를 가진 사람들이 보고하는 일반적인 질병은 환자가 어떤 형태의 활동을 시도할 때 심장 박동과 어지럼증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특이한 질환인 이상자율증이다. 라만은 이것이 종종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와 관련이 있는 피부 속의 작은 감각 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세포 유형에 따라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달라지는데, 이는 장기에 따라 에너지 요구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뇌, 심장, 췌장 등 에너지 수요가 특히 높은 장기는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더 많은 경향이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암부터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과도 연결되는 이유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이러한 질병의 주요 원동력은 아니지만, 중요한 2차적 요인으로 여겨진다. 라만 교수는 “대부분의 심부전이나 심장 기능 부전은 심장과 관련된 미토콘드리아 기능부전에 의해 매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약물이 ME/CFS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다른 질병에도 응용될 수 있으며, 다양한 돌연변이의 영향을 이해하기 위한 미토콘드리아 DNA 편집은 노화 과정이 우리 세포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더 밝혀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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