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중독은 의지 탓? “뇌 회로의 문제”

니코틴중독을 포함한 무수한 약물 중독의 메커니즘을 규명할 단서가 발견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독은 어떻게 발생할까? 지난 20년간의 연구결과는 중독이 뇌의 질병임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중독이 자발적 의지의 산물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뇌졸중 같은 뇌손상을 입은 흡연자들이 자발적으로 담배를 끓는 메커니즘을 추적한 결과 뇌의 신경회로와 관련 있음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니코틴중독을 포함한 무수한 약물 중독의 메커니즘을 규명할 단서가 발견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네이처 의학》에 발표된 핀란드와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손상된 뇌를 스캔하면 종종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의 지도가 발견된다. 뇌 손상이 기억력 장애나 떨림을 일으키는 지점을 드러낸다. 하지만 반대로 뇌손상을 입는 바람에 기적적으로 다른 증세가 완화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해당 증세를 치료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핀란드 투르쿠대의 유호 요우차 교수는 뇌신경 손상을 입은 미국 아이오와주 흡연자들의 오래된 뇌 스캔 세트에 정교한 통계 기술을 적용했다. 이전의 분석은 대뇌 섬엽(insular)에 손상을 입은 환자가 담배를 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었다. 섬엽은 대뇌 반구에서 가장자리 고랑 깊은 곳에 묻혀 있는 부위로 의식적인 충동과 관련된 부위이다. 주스타 교수는 해당 데이터를 한 픽셀 씩 면밀히 되짚어본 결과 섬엽 손상이 없는 환자들도 흡연 충동을 잃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섬엽에 뭔가가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요우차 교수는 이어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폭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과 함께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서 뇌졸중을 앓은 129명의 흡연자 사례를 조사했다. 69명(53%)은 계속 흡연을 했지만 34명(26%)는 자연스럽게 흡연욕구에서 벗어나 더 이상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됐다. 연구진은 이들 뇌의 어떤 손상이 흡연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줬는지를 추적했다.

연구진은 뇌손상으로 담배를 끊는 데 도움을 준 개별적인 뇌 영역을 찾기 보다는 한 부위의 활동이 다른 부위의 활동과 어떻게 상관되는지를 도표로 나타낸 뇌 네트워크 표준 도표를 이용했다. 그 결과 뇌손상이 특정 부위가 아니라 가는 실과 같은 신경섬유로 연결된 뇌 회로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알코올 중독 위험 평가를 받은 뇌 손상 환자 그룹에서도 그들의 연구 결과를 적용했다. 그 결과 니코틴 중독을 완화시킨 뇌 회로와 알코올 중독을 완화시킨 뇌 회로의 네트워크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이 뇌 회로 구조가 더 광범위한 약물 의존성의 기초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외부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뇌회로가 이전의 연구와 상응한다고 밝혔다. 뉴욕의 마운트시나이병원 첨단회로치료센터의 정신과 의사인 마르틴 피지 박사는 뇌로 전달되는 전기 충격이 어떻게 강박 장애, 우울증,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지 연구한다. 그는 중독이 일반적으로 뇌의 인지제어회로의 과소 활동과 보상관련 회로의 과잉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환자의 머리 표면에 전기 자극을 가하거나 깊은 뇌 자극과 같은 더 침습적인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뇌손상의 효과를 모방하면서 특정 부위의 활동을 억제하고 다른 부위의 활동을 자극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내측전극피질이라고 불리는 부위가 관련돼 있음을 발견했는데 이 부위는 흡연자의 금연을 돕기 위해 최근 미국 규제 당국에 의해 승인된 치료법의 주요 목표이기도 하다.

그 치료법은 환자의 두피에 대고 전기 펄스를 뇌 표면으로 전달하기 위해 전자기 코일을 사용한다. 다른 기술들은 특정 뇌 영역에 전극을 이식하거나 정밀한 뇌 영역을 영구적으로 비활성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우울증과 강박장애 치료를 위한 뇌 자극은 많아졌지만 중독 치료에 이를 적용하는 사례는 아직 드물다. 이번 연구의 연구진은 그 기술 개발에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토마스 맥렐런 명예교수는 “나는 이번 논문이 올해의 가장 영향력 있는 출판물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마약단속정책국(ONDCP) 부국장을 지낸 그는 ”중독을 나쁜 성격 탓, 나쁜 환경 탓 하거나 도덕성의 결여 때문이라는 고정관념을 불식시켜주는 연구”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2-01834-y)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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