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클론항체 항암제, 직장암 환자 12명 전원 완치시켜”

도스탈리맙은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위장하기 위해 분비하는 면역회피물질을 억제시켜 면역세포인 T세포의 암세포 공격을 유도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암에 걸린 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6개월간 단일클론항체 치료를 실시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모든 참가자의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지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5일(이하 현지시간)《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수술이 필요하지만 다른 부위로 전이가 발생하지 않은 직장암 환자 12명을 선정해 단일클론 항암치료제 도스탈리맙(제품명 젬펄리)을 3주에 1차례씩 6개월간 주사했다. 1회 주사할 때마다 1만1000달러(1385만 원)라는 고가의 비용이 들었다.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도스탈리맙은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위장하기 위해 분비하는 면역회피물질을 억제시켜 면역세포인 T세포의 암세포 공격을 유도한다. 암세포가 분비하는 면역회피물질이 T세포의 과도한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관문단백질인데 이를 차단한다 하여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aler)로 불린다.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에 효과가 있는 암종불문항암제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원래 6개월의 치료가 끝나면 표준 항암치료와 수술도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6개월 뒤 신체검사, 내시경검사, 양전자단층촬영(PET), 자기공명영상(MRI) 모두에서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졌다. 현재까지 화학방사선이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한 명도 없었고, 일부 환자의 경우 무려 25개월에 달하는 경과나 재발 사례도 없었다.

연구 책임자 중 한명인 MSK의 루이스 디아즈 주니어 박사는 “모든 환자의 암세포가 깨끗이 사라진 임상시험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의 대장암전문의인 앨런 P 베누크 교수도 “모든 환자의 증상완화는 처음 들어 본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의학대학원의 대장암 전문가인 키미 응 교수는 “전례가 없는 놀라운 결과이기에 똑같은 조건의 임상시험에서 같은 결과가 나와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에서 이런 결과를 발표한 공동 연구책임자자인 MSK의 안드레아 서섹 박사는 2017년 디아즈 박사가 이끈 임상시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전이성 암을 지닌 86명을 대상으로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의 일종인 머크사의 펨브로리주맵을 2년간 투여했다. 그 결과 환자의 3분의 1에서 2분의 1정도의 종양이 줄어들거나 안정됐다. 전체 참가자의 10%에선 암종양이 사라졌다.

서섹 박사와 디아즈 박사는 만일 암이 전이되기 전에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하는 생각에 이번 소규모 임상시험을 실시했는데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서섹 박사는 “수술과 방사선치료는 불임과 성생활장애를 초래할 수 있고 장과 방광 기능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신의 축복이라 할만하다”고 말했다.

2019년 당시 38세의 나이로 직장암 판정을 받고 이번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샤 로스는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에서 살다가 치료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방사선치료, 화학요법 그리고 수술까지 받을 각오로 난소를 제거하고 뉴욕으로 이사할 계획까지 세웠다. 임상시험이 끝나고 암이 깨끗이 제거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으나 아무도 믿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의 몸에서 암세포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201445)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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