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키기 힘든 알약…이젠 젤로 드세요” (연구)

다양한 종류의 약을 투여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젤을 개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약 삼키는 것이 고역인 어린이들이나 환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MIT와 브리검여성병원 연구팀이 다양한 종류의 약을 투여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젤을 개발했다. 약을 오일 기반 젤에 혼합하는 다목적 약물 전달 시스템을 만든 것.

연구팀에 의하면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젤은 단백질 쉐이크 같은 걸쭉한 음료부터 요구르트 푸딩에 비슷한 농도까지 다양한 질감이 가능하다. 모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냉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노인 혹은 뇌졸중을 앓은 사람들과 같이 알약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성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석저자인 MIT 조반니 트라베르소 교수는 “시스템의 단순성과 낮은 비용을 고려할 때 어린이와 약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의 약 복용을 보다 쉽게 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동물을 대상으로 알약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한 용량으로 감염성 질병 치료를 위한 약을 젤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앞으로 임상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키기 쉬운 약

연구팀은 거의 10년 전 부터 보통 알약으로 주어지는 약을 아이들이 보다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부 약물은 물에 녹여 먹일 수 있으나 이는 깨끗한 물 공급이 필수적이고, 일단 섞은 다음에는 냉장보관되어야 한다. 성인용 알약인 경우 복용량을 정확히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이 방법은 물에 녹지 않는 약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싸지 않고, 극한의 온도에서 안정적이고, 많은 약들과 호환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전달 시스템을 개발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물에 용해될 수 없는 약을 전달하는 의약품 제형을 원했기 때문에, 기름에 기반한 젤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올레오겔’으로 알려진 젤은 기름진 음식의 질감을 바꾸고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의 녹는 점을 높이기 위해 식품 산업에서 흔히 사용한다. 이러한 접근법으로 수성 시스템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약품을 공급하면서, 광범위한 질감의 제형을 만들 수 있었다.

연구팀은 참기름, 면실유, 아마씨 기름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성 기름을 탐구함으로써 기름과 겔 작용제의 농도와 종류에 따라 다른 질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울러 입맛에 맞는 젤을 찾기 위해 소비자 감각경험을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회사와 협력했다. 그 결과 가장 매력적인 젤은 면실유 같은 중성적 풍미 혹은 참기름 처럼 약간 고소한 풍미가 있는 기름이 포함된 것임을 발견했다.

많은 약을 전달가능한 젤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의 어린이 필수 의약품 목록 중 물에 녹지 않는 3가지 약으로 젤을 테스트했다. 기생충 감염을 치료에 사용하는 프라지칸텔, 말라리아 치료에 쓰이는 루메판트린, 세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아지트로마이신 등이다.

각각의 약물과 관련해 연구팀은 동물 실험에서 올레오겔이 알약으로 흡수될 수 있는 양과 같거나 더 많은 양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냉장고를 사용할 수 없는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몇 주 동안 섭씨 40도에서 안정화되고, 심지어 1주일간 섭씨 60도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냉장시설 없는 트럭에 의해 약이 운반될 때 이 정도 온도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올레오겔 제형의 아지트로마이신에 대한 1단계 임상 실험을 진행하기 위한 FDA 승인을 얻었고 몇 달안에 브리검 여성 병원 임상조사센터에서 실험이 시작되길 희망하고 있다.

연구는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했다. 원제는 ‘Development of oil-based gels as versatile drug delivery systems for pediatric applications’.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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