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도·파키스탄 폭염 가능성 30배 ↑”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3월에 기온이 평년보다 일찍 상승하기 시작해 이미 역대 기록을 깼으며 적어도 90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3, 4월 인도와 파키스탄을 강타한 치명적 폭염이 30배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발표된 세계기상관측(WWA)의 글로벌 연구팀의 긴급보고서를 토대로 과학 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WWA는 극단적 기상현상의 원인분석을 수행하기 위해 2014년 결성된 국제적 기상학자들의 비영리 연구단체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3월에 기온이 평년보다 일찍 상승하기 시작해 이미 역대 기록을 깼으며 적어도 9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도의 3월 기온은 지속적으로 평년보다 3~8°C씩 높았으며 최고 기온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122년 이래 최고치인 44°C를 기록했다. 파키스탄에선 일부 지역의 기온이 49°C를 넘어섰다. 폭염은 낮은 강우량과 겹쳐서 발생했다. 파키스탄은 3월에 평년보다 62%, 인도는 71%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장기화된 더위는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보고서의 공동 필자 중 한 명인 인도공학대 델리 캠퍼스(IIT Delhi)의 크리슈나 아추타라오 교수(기후과학)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고온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 고온현상이 이례적인 이유는 그것이 너무 일찍 시작됐고 너무 오래 지속됐다는 데 있다”라며 “지구온난화로 이런 현상이 더 자주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극한의 폭염에서 기후변화의 역할을 정량화하기 위해 지난 3~4월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 남동부 지역의 하루 평균 최고기온을 토대로 해당 폭염을 특성화했다. 그런 다음 인도는 1951년까지. 파키스탄은 197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관측 데이터와 기후모델을 조합해 산업화 이전 시대와 현재의 기후 조건에서 그런 폭염사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비교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폭염의 발생 확률을 산업화 이전 시대엔 3000년에 1번꼴에서 100년에 1번꼴로 증가시켰음을 밝혀냈다. 또 현재의 폭염이 산업화 이전 시대의 폭염에 비해 1℃ 정도 더 올라갔음도 보여줬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됨에 따라 이런 극심한 폭염이 더 잦아질 것이다. 보고서는 만약 지구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 더 높은 기온상태에 있게 된다면 지금과 비슷한 폭염이 2022년에 비해 2~20배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0.5~1.5℃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WWA의 분석은 2010년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의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0년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을 조사한 영국 기상청의 보고서가 공개되고 얼마 안 돼 발표됐다. 영국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인해 그 가능성이 312년에 1번꼴에서 3.1년에 1번꼴로 증가했음을 발견했다. 설상가상으로 21세기말이면 1.15년에 1번꼴로 그 가능성이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폭염은 농부, 건설 노동자, 노점상처럼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인도는 이미 일부 지역의 농작물 수확량이 10~3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인도는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세계2위의 밀 수출국이어서 우크라니아 전쟁의 여파로 인한 세계적 밀 부족을 메우기 위해 밀 수출량을 늘일 계획이었으나 폭염으로 밀생산량이 급감함에 따라 아예 밀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이 보고서를 검토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비영리 환경과학단체인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의 제케 하우스파더 연구원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극단적 폭염의 배후에 기후변화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좋은 연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기후변화 이전에도 극단적 기상변화를 겪어봤지만 기후변화는 그런 기상현상의 한계를 더욱 나쁜 쪽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보고서는 다음 링크(https://www.worldweatherattribution.org/climate-change-made-devastating-early-heat-in-india-and-pakistan-30-times-more-likely/)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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