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두창 경험자 “엄지손가락 잃을까 무서웠다”

지난 2003년 미국 수의사인 커트 자이스케 박사의 엄지손가락이 원숭이 두창 감염으로 심각한 병변이 발생했다. [사진=ABC뉴스 캡처]
원숭이 두창 감염자가 늘면서, 지난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50명 가까운 감염자가 발생했던 당시 사건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원숭이 두창 감염은 성적 접촉이 주된 확산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으나, 지난 2003년 발생한 원숭이 두창 집단감염은 설치류에 의해 일어났다.

이는 감염병이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든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의를 환기시킨다.

미국 수의사인 커트 자에스케 박사는 지난 2003년 자신이 일하는 동물병원에서 한 고객이 데려온 프레리도그를 통해 원숭이 두창에 감염됐다. 당시 이로 인해 총 47명의 감염자가 발생했었다.

프레리도그는 북미 지역에 사는 다람쥣과 동물로, 설치류에 속한다. 원숭이 두창은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를 가진 설치류에게 긁히거나 물렸을 때 주로 감염된다. 커트 박사도 이러한 경로를 통해 원숭이 두창에 감염됐다.

원숭이 두창은 최대 3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발현되는 만큼, 커트 박사는 처음에는 자신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몸이 아픈 프레리도그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등 동물 치료에 집중했다.

그런데 이후 커트 박사는 걱정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프레리도그를 맡긴 고객과 그의 가족 또한 아프다는 연락을 받은 것.

이에 커트 박사는 프레리도그에게 특별한 문제가 있음을 감지, 샘플을 채취해 지역 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했다.

또, 본인의 몸 역시 안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첫 증상은 독감과 유사했다. 열이 나고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웠으며 두통과 피로감이 있었다.

몸에 작은 병변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엄지손가락에 심각한 물집이 잡혔다. 커트 박사는 최근 NBC뉴스를 통해 당시를 회상하며 “물집 부위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며 “엄지손가락을 잃게 될까봐 겁이 났다”고 말했다.

이후 항생제 투여를 받고 커트 박사의 증상은 회복되기 시작했지만, 엄지손가락의 통증은 그 이후로도 한동안 이어졌다.

커트 박사에게 프레리도그의 진료를 맡겼던 고객은 외래종 동물들을 키우는 사육인이었다. 해당 사육인은 자신이 키우던 프레리도그 중 일부를 반려동물 시장에 내놓았다. 이로 인해 당시 미국에서는 수십 명의 원숭이 두창 감염자가 발생했다.

2003년과 2022년 원숭이 두창 확산은 우리가 낯설고 생소하게 느끼는 감염병이 언제든 우리 주변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잘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글로벌 보건전문가들에 의하면 현재 확산되고 있는 원숭이 두창은 제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확산이 팬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이처럼 언제든 전 세계로 감염병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린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손 씻기 등 생활방역수칙에 너무 느슨해지지는 않았는지 점검이 필요하고, 보다 건강하고 건전한 생활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유행 가능한 감염병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의 체계적인 구축도 필요하겠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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