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두창보다 어린이 급성간염이 더 심각”

아직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어린이 급성간염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주춤해지나 싶으니까 이번에는 원인불명 어린이 급성간염과 원숭이두창이라는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지난 4월 영국에서 첫 사례가 보고된 어린이 급성간염 환자는 20일 현재 한국 포함 30여 개국 624명으로 늘어났으며 사망자 수도 14명이나 됐다. 이들 환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발생한 숫자까지 소급한 것이다. 5일(이하 현지시간) 역시 영국에서 첫 사례가 보고된 원숭이두창에 걸린 환자도 23일 현재 14개국 120명(28건은 의심사례)으로 확산됐다.

이중에서 원숭이두창은 과거 공포의 전염병이었던 천연두의 사촌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질병이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유행병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코로나19와 달리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잘 돼 있고 백신과 치료제도 이미 개발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원숭이두창으로 인한 사망자는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3일 미국 내에서도 원숭이두창 환자 1명과 의심사례 4건이 보고됐다고 발표하면서 고위험군을 위해 자체 보유 중인 1000회 분량의 진네오스(Jynneos) 백신을 고위험군에게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 백신은 2회 접종으로 수두와 원숭이두창 모두에 대한 예방효과를 발휘한다. 미국은 2007년 FDA 승인을 받은 ACAM2000이란 백신도 1억 회 이상의 분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수두와 원숭이두창에 예방효과를 발휘하지만 진네오스 백신에 비해선 부작용이 좀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 실험체 원숭이에게서 발견됐고 1970년 중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9세 소년이 첫 인간 감염자가 된 이후 지금까지 중부와 서부 아프리카에서 종종 유행하는 풍토병(엔데믹)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금까지 아프리카 11개국에서 발병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서부의 나이지리아는 2017년 이후 500명 이상의 의심환자와 2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다. 증상은 일반적으로 경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주 안에 회복되지만 나이지리아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면역력 저하층의 치사율이 3.3%까지 이르기도 했다고 WHO는 지적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아프리카를 방문했던 사람들에게서 발병사례가 보고되곤 했다. 이번 발병사례는 아프리카를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하지만 조사결과 유럽의 스페인과 벨기에서 열린 대규모 레이브 파티(밤샘 댄스파티)에서 남성 동성애자 또는 양성애자 간의 성관계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WHO는 밝혔다.

원숭이두창은 호흡기 비말을 통해 퍼질 수 있지만 그보다는 체액과 피부접촉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휠씬 높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1일 “유럽에서 발생한 환자의 대부분이 생식기 또는 생식기 주변 부위에 병변이 나타나며 이는 성행위 중 신체 접촉이 밀접할 때 전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따라서 아데노바이러스가 관련돼 있을 것이란 추정 외에는 아직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어린이 급성간염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3일 현재 197명으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영국의 보건안전청(UKHSA)과 180명 환자로 그 뒤를 잇는 미국의 CDC가 한 달 넘게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한 원인을 찾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의 가디언은 보도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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