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질환 치료제로 척수 손상 고친다?

척수 손상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폐질환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 척수손상 회복에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임상 및 중개 의학 저널》에 발표된 영국 버밍엄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영국 가디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영국에선 매년 약 2500건의 새로운 척수 부상이 발생하며 그중 일부는 완전한 움직임의 상실을 경험한다.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현재 척수의 손상은 되돌릴 수 없다. 이런 척수 손상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버밍엄대 연구진은 인간의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처음 개발된 AZD1236이라는 약물이 척수손상을 입은 생쥐 대상 동물실험에서 놀라운 회복효과를 발견했다. 3일간 이 약을 투여받은 생쥐는 척수의 부기가 감소하고, 염증 및 통증과 연계된 단백질의 수치가 낮아졌으며, 혈액-척추대 장벽의 파괴가 제한됐다. 결합조직의 흉터도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AZD1236가 투약된 생쥐가 그렇지 않은 대조군의 생쥐와 비교했을 때 척추 손상 6주 후 움직임과 감각이 85% 향상됐으며 신경 기능은 정상적 생쥐의 80% 수준까지 회복됐다고 밝혔다. 척수 손상 직후에 투약됐건 24시간 후에 투약됐건 그 효과는 비슷했다.

연구진은 AZD1236가 척수 손상 후 분비량이 늘어나는 MMP-9와 MMP-12라는 효소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이 같은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책임자인 버밍엄대의 주베어 아흐메드 교수는 “우리가 하는 일은 신경조직의 손상을 줄임으로써 점점 더 많은 신경세포(뉴런)를 보존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ZD1236이 이미 인간에게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빠르게 임상시험에 착수할 것이라면서 “모든 과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5,6년이면 실제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척추 손상 컨설턴트로 이번 논문을 검토한 마리엘 퍼셀 박사는 인간에게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면서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척수 손상은 신경마비와 감각장애를 일으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게 만드는 정말로 파괴적인 부상”이라며 “부상 후 24시간까지 투약되지 않아도 AZD1236의 효과가 유지되고 치료 과정이 3일로 짧기 때문에 새로 부상을 입은 환자에게 적용할 경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정말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ctm2.884)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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