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유도 마이크로 항암폭탄’ 개발 중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환자의 혈액에 주입되면 유방암, 전립선암 그리고 다른 암세포를 공격하게 될 자기유도 항암 마이크로폭탄이 개발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셰필드대 연구진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2가지 생물학적 발견을 토대로 한다. 첫째는 암세포만 집중 공격하는 바이러스, 둘째는 지구 자기장을 인식해 자신들에게 최적의 조건을 찾는데 나침반 역할을 할 체내 자석을 합성하는 토양 박테리아이다.

연구진의 리더 중 한 명인 무니타 무타나 박사는 “우리의 접근법은 간단히 말해 벌레를 약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자석을 만드는 박테리아를 이용해 자연 상태에서 종양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를 인체 내부 종양에 도달하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러한 쌍둥이 접근법이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암연구소(Cancer Research UK)의 지원금을 받아 연구를 진행 중인 세필드 그룹이 이용하는 항암바이러스는 종양용해바이러스다. 자연 발생하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악성종양(암세포)이 터져서 죽는다. 이 바이러스에 유전적 조작을 가하면 효능을 향상시키면서 건강한 다른 세포를 감염시키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피부암의 하나인 흑색종의 암세포를 감염시킨 뒤 죽이도록 변형시킨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이용한 항암치료제 티벡(T-Vec)을 승인했다.

영국암연구협회(BACR)에서 새로운 암치료법을 제시한 박사학위논문과 박사후논문에 수여하는 로저 그리핀상을 수상한 셰필드 연구진은 이 치료법을 흑색종 외에 유방암과 전립선암 같은 다른 암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연구진의 또다른 리더인 페이스 하워드 박사는 “문제는 종양용해 바이러스가 우리의 면역 체계에 의해 상당히 빨리 발견돼 차단되기 때문에 피부 깊이의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 해결책으로 바이러스를 자성 입자로 코팅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혈액으로 주입된 이 마이크로폭탄은 인체 면역 체계에 의해 제거되기 전에 환자의 몸 위에 놓인 자석을 이용해 종양이 위치한 부위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무타나 박사는 “자성 입자는 바이러스를 보호해준다는 점에서 갑옷이나 방패와 같은 역할을 해주지만 결정적으로 자석을 이용해 종양 부위로 신속히 이동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워드 박사는 “종양용해 바이러스가 지름이 약 180㎚이기에 자석의 크기는 약 50㎚정도로 작아야 한다”며 “이렇게 작은 자석은 우리가 실험실에서 만드는 것보다 박테리아가 더 잘 만든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토양 박테리아의 일부 종은 마그네토솜이라고 하는 산화철 나노 입자를 합성한다. 마그네토솜은 이들 박테리아가 지구의 자기장을 탐색하고 그들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찾도록 돕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이들 박테리아가 만드는 미세한 자석은 완벽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인체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암을 표적으로 삼는데 필요한 미세한 포장에 이상적으로 적합하다”고 그는 말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는 동물실험에 초점을 맞췄으나 조만간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초기 실험 결과가 매우 고무적이었고 우리는 이제 이 기술을 인간에게 투여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한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몇 년 안에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고 하워드 박사는 덧붙였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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