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후 1년 “당근에서 비누 맛이 나요”

[사진=nensuria/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의 주요 증상 중 하나는 후각과 미각 상실이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한 이후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에 따르면 팬데믹 초기에는 50~80%의 감염자가 냄새를 맡지 못했다. 이후 델타 변이 감염에서는 15~50%, 오미크론 감염에서는 17%가 후각 상실을 경험한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된 이후 후각 상실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명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하다. 초기 바이러스들은 코와 폐에서 다량의 복제가 일어난 반면, 오미크론은 주로 목에서 복제가 일어나는 것이 한 이유일 것으로 설명된다. 코에서 복제가 많이 일어나면 후각시스템이 손상을 입고 염증이 발생하거나 냄새와 관련된 신경세포에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후각 상실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로 후각 신경이 손상되면 삼차신경만 남게 되는데, 삼차신경은 유해하거나 자극적인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코로나 감염 이후 화학적인 냄새가 자꾸 난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감염 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정상적인 후각 기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회복되지만, 일부는 영구적인 증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한 여성은 USA 투데이를 통해 지난 2020년 7월 코로나19에 감염됐고 1년 10개월이 지났지만 현재도 후각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자신의 반려견에서 오렌지 냄새를 맡고 있고, 당근에서는 비누 맛을 느끼며, 평소 가장 좋아하는 바디워시에서는 부패한 냄새가 난다고 느낀다. 평소 좋아하던 피자도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됐다.

또 다른 한 남성은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동안 확진 판정을 받았고 1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상한 냄새로 고통을 받고 있다. 에어로졸 스프레이에서 나는 향이 자꾸 난다는 것.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이비인후과 연구팀은 팬데믹 초기부터 후각 및 미각 상실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해당 연구에 따르면 후각이나 미각 상실을 경험하는 사람의 70~80%는 한 달 이내에 증상을 회복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감각을 회복하는데 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나 아직까지 증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불쾌한 냄새를 맡거나 음식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는 등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가스나 화재 등의 냄새를 감지하지 못해 목숨을 위협 받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후각을 잃은 사람의 절반가량은 임상적으로 우울감을 느낀다는 보고도 있다. 후각 상실은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안타깝게도 잃어버린 후각을 되찾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 없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향신료 등의 냄새를 분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후각을 좀 더 빨리 되찾는 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후각 상실이 나타날 때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후각 상실은 치매, 파킨슨병, 그 밖의 신경 퇴행성 장애 등의 초기 징후일 수 있으니 고령층에서 후각 상실이 나타날 때는 동반되는 증상을 살피고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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