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형, 대부분 밝혀냈다”

돌연변이 서명을 발견하면 암의 유전적, 환경적 원인까지 알아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암은 정상 세포의 DNA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남에 따라 생겨난다. 개별 암세포는 수십만 개의 돌연변이의 산물인데 100만 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발생할 때도 있다. 그렇게 많은 돌연변이 중 암 발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암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는 DNA에 ‘돌연변이 서명(mutation signatures)’이라고 불리는 특정한 패턴을 남긴다. 예를 들어 자외선은 게놈의 특정 부위에서 시토신이라고 하는 DNA 염기를 티민이라는 다른 염기로 바꿔 놓는다. 그러한 변화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에서 종종 발견된다. 그래서 돌연변이 서명을 암 유발 물질의 지문 내지 발자국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돌연변이 서명을 발견하면 암의 유전적, 환경적 원인까지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암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지난 몇 년 간 암 연구자들은 수많은 암세포 돌연변이 중에서 돌연변이 서명을 찾기 위해 게놈 데이터를 뒤져왔다.

돌연변이 서명에 대한 지금까지 가장 큰 연구는 국제적 노력으로 수집한 약 5000개 암세포의 게놈 서열을 분석한 2020년의 연구였다. 여기에 다양한 연구가 더해지면서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돌연변이 서명이 발견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2020년 연구를 능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암세포 돌연변이 서명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만2000개 이상 암세포의 게놈에 잠복해 있는 수억 개의 돌연변이를 관찰해 58개의 돌연변이 서명을 추가로 발견했다. 21일(현지시간) 과학 학술지《사이언스》에 발표된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영국의 ‘게놈학 10만 게놈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영국 국립보건청(NHS)이 수집한 19개 종의 암세포 1만2000개 이상의 게놈을 분석해 40개의 단일 돌연변이 서명과 18개의 복합 돌연변이 서명을 발견했다. 또 이를 검증하기 위해 이전에 발표된 데이터 세트와 비교를 거쳤다. 논문의 제1저자인 안드레아 드가스페리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컴퓨터생물학)은 새로운 분석 도구와 수십만 개의 돌연변이를 처리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자연과학연구센터의 암생물학자 다비드 쉬츠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가장 흔한 돌연변이 서명은 모두 발견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특정 장기에서 발생하는 1% 미만의 희귀종양의 돌연변이 서명을 찾는 작업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드가스페리 연구원은 더 많은 돌연변이 서명을 찾는 것 외에도 아직 암 유발과 연관되지 않은 더 신비한 돌연변이 서명의 기원을 추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또한 다른 종류의 유전자 변화도 조사하고 싶어한다. 현재의 연구는 1~3개의 DNA 염기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DNA서열은 더 큰 덩어리로 삭제, 삽입 또는 재배열이 일어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연구들이 결국 개개인에 맞춘 암 치료로 이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메커니즘을 알게 되면 약물과 상관관계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bl9283)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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