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는 왜 일어나며, 어떻게 사라지나?

[소아크론병 명의 최연호의 통찰]④소확혐과 트라우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단어로 ‘소확행(小確幸)’이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란 뜻이다. 반대 개념도 존재할 듯하여 소확혐(小確嫌)이라 칭하겠다. 소확혐은 작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 또는 작지만 확실히 싫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소확혐이 재앙 혹은 엄청난 사태를 겪은 뒤 나타나는 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즉,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오롯이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작더라도 나 자신에게는 확실히 나쁜 기억을 말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늘 사소했던 과거의 나쁜 기억을 피하고자 이런저런 예방책으로 자신을 나름대로 보호하고 있다. 큰 일에만 충격을 받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 멀미를 예로 들어 보자.

원래 뱃멀미는 시각과 청각 정보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때 발생한다. 시각적으로 눈 앞에 보이는 객실 벽은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청각적으로는 흔들리는 소리를 듣고 평형 감각은 상하좌우로 흔들리고 있으니 이 정보의 불일치는 불쾌한 느낌을 유발하게 된다.

차멀미는 주로 어려서 시작한다. 만일 아이가 승용차의 앞자리에 앉아 자신이 가는 방향을 쳐다보고 있으면 시각과 청각과 평형 감각이 모두 일치하게 돼 주변 환경의 변화가 예측되면서 뇌는 편안하게 밖을 즐기게 되는데 안전을 위해 부모는 아이를 늘 뒷자리에 앉힌다.

뒤에 앉은 아이의 눈앞엔 앞자리의 높은 시트 벽만 보이고 차가 달리면서 뱃멀미와 마찬가지로 시각과 청각과 평형 감각은 불일치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예민한 성격의 아이들은 이런 멀미를 경험하면 이 기억을 잘 잊지 못한다.

몇 번 멀미가 반복되면 예민한 아이는 차를 타고 어디를 가야하는 상황에서 이미 차에 오르기 전부터 멀미를 걱정하게 된다. 멀미에 대한 기억은 다른 감각의 기억과 뒤섞이면서 차 안에서 났던 냄새도 같이 떠올리게 된다. 차를 타려고 할 때 아이의 뇌는 냄새의 기억을 먼저 소환하고 멀미를 떠올린 후 바로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것이다. 이 또한 ‘맥락 조건화’가 되며 멀미라는 두려운 요소와 연결된 냄새라는 중립적 요소가 두려운 기억으로 조건 학습된 경우이다. 앞자리에 앉게 되기 전까지 아이에게 차멀미는 소확혐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소확혐을 가지고 있다. 누구는 아주 적을 것이고 누구는 너무나 많을 것이다. 남들이 볼 때 큰 사건은 아니고 사소한 일이었지만 자신이 느낄 때는 하루 종일 생각나고 몇 달이 흘러도 문득 떠오르는 사건이 소확혐이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사소한 나쁜 기억이 쌓이면 그것이 트라우마가 된다. 사람들은 나쁜 기억을 다시 겪지 않으려는 두려움 때문에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을 하게 돼 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면 본인에게 손해가 되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 ‘행동편향(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행동하는 것이 낫다는 심리)’이나 ‘부작위편향(무엇인가 했을 때보다 하지 않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는 심리)’이 작동하고 미리 ‘컨트롤’을 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어설픈 개입’으로 끝나기도 한다.

기억을 통해 미래가 시뮬레이션 된다고 했다. 나쁜 기억에 묻혀 헤어나지 못하면 미래 또한 그 틀에 맞추어 그려진다. 하지만 나쁜 기억을 딛고 일어나면 더 나은 좋은 경험이 우리를 기다린다. 그 과정이 매우 두렵고 나 자신을 힘들게 하지만, 회피하지 말고 스스로를 내려놓으며 마음을 자각하고 부딪쳐보는 자신의 모습을 시뮬레이션 해보자.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을 살펴보자.

무엇을 고민하고 있으며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성찰해 볼 기회가 반드시 온다. 그러면 나를 괴롭히는 나쁜 기억이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우칠 수 있다. 과거에 자신을 휘감았던 무서운 기억이 이제는 더이상 두렵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옛날 그리스 시민들도 스스로 마음 속에 새겨야 할 말을 격언으로 남겼다. ‘파테마타 마테마타.’ 고통으로부터 배운다는 뜻이다. 나쁜 기억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것으로부터 배워 훌륭한 결말로 승화하는 우리 자신을 상상해보라.

나쁜 기억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좋은 기억이 없는 사람도 없다. 기억은 세 종류로 이루어진다. 평생 지니고 싶은 좋은 기억,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나쁜 기억, 그리고 나를 완성시키는 데 좋은 ‘나쁜 기억’ 즉 소확혐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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