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병 해법 찾을까? 진드기 유전자 편집 성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 같은 전염병을 퍼트리는 원흉이 모기의 위험성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진드기가 라임병이란 치명적 질병을 옮긴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북미에서 동물에 의해 전파되는 감염병 1위가 라임병이다. 어두운 전염병 세계의 악명에선 모기에 뒤질지 언정 근면 성실함에 있어서는 진드기가 최고의 악당인 셈이다.

라임병은 진드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보렐리아균이 침범해 발병한다. 초기 증상은 발열, 두통, 피로감 등 감기와 비슷하다. 이후 가장자리는 붉고 가운데는 연한 모양인 이동 홍반이 나타난다. 라임병을 방치하면 여러 장기로 균이 퍼져 뇌염, 말초신경염, 심근염, 부정맥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사람들 관심의 사각지대에 숨어 이렇게 전염병을 퍼뜨리던 진드기의 범죄유전자를 교정하기 위한 시도가 첫 결실을 맺었다. 최근 국제 과학학술지《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게재된 미국 네바다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미국의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가 2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네바다대 모니카 굴리아-누스 교수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CRISPR) 가위로 라임병을 퍼뜨리는 사슴진드기(검은다리진드기·Ixodes scapularis)의 유전자 편집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진드기의 유전자편집을 위해선 먼저 암컷 진드기 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진드기 알을 둘러싼 단단한 외부껍질과 주변의 끈적끈적한 밀랍(왁스)층 때문에 몇 년에 걸친 악전고투를 펼쳐야 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먼저 알 보호용 밀랍을 생산하는 진드기만 갖고 있는 ‘제네 기관(Gené’s organ)’을 제거하고 이어 염화벤잘코늄과 염화나트륨을 사용해 알의 딱딱한 겉껍질을 제거하면서 내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그 돌파구를 마련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커서 암컷 진드기의 알 10개 중 1개의 확률로 유전자편집에 성공했고 이렇게 유전자편집이 이뤄진 진드기는 모두 살아남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연구는 진드기 같은 절지동물을 이해하고 어떤 종류의 유전자 편집이 그들에게 가장 잘 작용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의 문을 열었다. 궁극적으로 이 연구는 어떻게 진드기가 생존하고 질병을 전염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과 그리고 어쩌면 그러한 전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해답까지 도출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iscience/fulltext/S2589-0042(22)00051-7)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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