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잡는 T세포 수용체 2개로 늘린다 (연구)

T세포 또는 암세포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암세포를 찾아 죽이는 T세포 수용체를 2개로 늘리면 암치료 성공률이 그만큼 부쩍 높아지지 않을까?

이런 믿음과 희망으로, 암세포를 추적 및 사멸하는 T세포 수용체를 두 개로 늘리는 첨단 연구가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최근 시작됐다.

덴마크 암스테르담대 연구팀은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 등과 국제적인 공조를 통해, 전통적인 CAR 외에 ‘키메라 공동 자극 수용체(CCR)’를 추가로 T세포에 도입하는 획기적인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특정 혈액암(백혈병)에 대한 면역 항암요법의 획기적인 형태로 꼽히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 chimeric antigen receptor) T세포 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암 환자는 높은 관해율(remission rates)을 보이고 있다.

관해(寬解, 순화 용어 ’완화’)란 암세포의 증거가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CAR T세포 요법을 적용한 환자의 관해율은 상당히 높지만,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암이 재발하는 환자들도 상당히 많다. 이 요법으로 관해가 지속될 성공률은 30~40%로 추정된다. 상당수 환자의 운이 썩 좋지 않음을 뜻하는 수치다.

이 때문에 암세포가 흔적을 감춘 뒤 다시 나타나지 않고 관해가 지속되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 실험실의 의학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현재의 CAR T세포 요법은 혈액 샘플에서 분리한 환자 자신의 T세포로 시작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 과정을 이용해, T세포가 암을 추적해 사멸시키는 수용체를 표면에 발현(expression)할 수 있도록 실험실에서 환자 자신의 T세포를 준비시킨다.

그 특별한 수용체는 CD19라는 분자 복합체인 특정 표적(암의 항원)에 결합하도록 조작된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다. 이 수용체는 암세포를 신속히 파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일부 암을 신속히 관해(완화)하는 요법으로 통한다.

CAR T세포 요법은 주로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B세포 림프종, 소포성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등 특정 혈액암의 치료에 쓰인다.

CAR T세포의 개체군은 환자에게 수혈되기 전에 ‘막강 군대’로 확장된다. 실험실에서는 수백만 개의 변형된 T세포를 성장시킨 뒤 환자가 있는 병원으로 다시 보낸다. 일단 되돌아가면 변형된 T 세포는 훨씬 더 강력하고 대담하며 암세포를 추적한다.

CAR을 갖고 있으면 이런 T세포가 암세포를 사냥하고 파괴할 수 있다. T세포는 24시간 내내 악성 세포를 찾아 파괴한다. 그 때문에 일부 의사들은 CAR T세포 요법을 ‘살아 있는 약물’이라고 불렀다.

연구의 주요 저자인 암스테르담대 의료센터 아프로디티 카차라우(Afroditi Katsarou) 박사(혈액학)는 “CAR 세포를 사용한 면역 요법이 유망한 항암 치료 도구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 요법은 혈액암에 가장 잘 듣지만, 모든 형태의 악성 종양에 권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접근법은 혈액암만큼 CAR T세포에 대한 반응률이 높지 않은 고형 종양 치료의 한 형태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임상 연구 결과를 보면 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T세포에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조작된 수용체를 붙이는 새로운 접근 방식에 착수했으며,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보스턴의 하버드대 의대 등 국제 과학자 그룹과 협력하고 있다.

연구팀은 두 개의 수용체를 휘두르는 T세포가 CAR T세포의 항암 능력을 2배로 높일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이중 전략을 사용할 경우 혈액 내 CAR T세포의 지속성이 더욱 더 향상된다.

따라서 이 새로운 유형의 CAR T세포가 전통적인 단일 수용체 CAR T세포를 피해 숨는 악성 세포를 추적할 수 있길 연구팀은 바라고 있다. 두 개의 수용체를 가지면, 암세포가 다시 출현해 암이 재발하는 위험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카라차우 박사는 “활성화와 공동 자극 신호를 결합해 제공하는 제2세대 CAR은 인상적인 임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CAR T세포 요법은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에 의해 개발됐고, 약 5년 전에 처음으로 승인을 받았다. T세포에서 CAR의 발현을 유도할 수 있는 최초의 약물이 2017년에 승인됐던 것이다.

이 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세포가 핵심 성분이므로 맞춤형 치료제 또는 개별화 치료제로 통한다. 담당 의사가 환자의 혈액 검체를 제약회사의 실험실로 보내면, T세포가 암 표적인 OK CD19를 인식하도록 변형된다. 이처럼 과급(supercharge)된 세포가 환자가 있는 병원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최대 3주 걸린다.

현재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CAR T세포 약물에는 아벡마(성분명 이데캅타진 비클류셀), 브레얀지(성분명 리소갑타진 마라류셀),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 테카투스(성분명 브렉수캅타진 오토류셀), 예스카타(성분명 액시캅타진 실로루셀) 등 다섯 가지가 있다.

아벡마와 브레얀지는 제약회사 BMS(브리스톨 마이어스큅)의 제품이고, 예스카타와 테카투스는 길리아드의 제품이며, 킴리아는 노바티스의 제품이다.

변형된 T세포의 부작용은 불규칙한 심장 박동, 호흡 곤란, 발열, 현기증,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이다.

이 연구 결과(Combining a CAR and a chimeric costimulatory receptor enhances T cell sensitivity to low antigen density and promotes persistence)는 ≪사이언스 트러디셔널 메디슨(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