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성장통’ 갈비뼈 부러지면 무조건 쉬라고?

[골프의학硏의 몸 지키는 골프] ⑪늑골 골절의 대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故) 하권익 박사는 삼성서울병원의 기틀을 세웠고 중앙대병원이 발전하는 발판을 마련한 탁월한 병원 경영자이면서 정형외과 명의로서 스포츠의학을 개척한 선구자이기도 했다. 그는 골프에 대한 헌신(Dedication), 열정(Desire), 정확한 판단과 결정(Decision)의 ‘3D’가 골퍼에게 요구된다고 말했다.

하 박사는 골프와 의학의 접목에 관심을 가져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강의를 했는데 아직까지 눈에 밟히는 강의 장면이 있다. 필자가 골프에 막 빠질 무렵에 참석한 한 학술대회에서 하 박사가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에는 아물기 전에 운동을 해도 된다”고 역설하던 모습이다. 정형외과에선 뼈가 부러지면 다시 붙기 전까지는 최대한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었지만, 거기에 반하는 이론이었다. 얼마 뒤 필자도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스승의 가르침대로 골절 1주 뒤부터 숏 게임을 했더니 몸에도, 게임에도 기똥찬 약이 됐다.

갈비뼈(늑골) 골절은 ‘골퍼들의 성장통’이라고 불린다. 골프에 입문한 뒤 필드에 나가서 공이 뜨기 시작하고 연습에 재미가 들 무렵,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찾아오곤 한다. 그래서 부적절하고 잘못된 스윙을 갖고 있는 초보자들에게만 생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완벽한 스윙을 구사하는 프로 선수에게도 닥친다.

이유에 대해선 수 십 년 동안 간헐적 연구가 있었다. 이에 따르면 갈비뼈 부상은 ‘스윙을 리드하는 방향(Leading side)’과 ‘뒤따르면서 스윙에 관여하는 방향(Trail side)’에 따라 원인에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이 정설로 자리 잡은 듯하다. 왼손이 스윙을 리드하고 오른손이 스윙을 구사하는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보면, 지나치게 무리가 가는 드라이버 샷을 계속 되풀이하면 왼쪽 늑골이 더 잘 부러지고 이른바 ‘뒤땅’과 같이 단단한 지면을 깊은 디봇(Divot)을 남기는 샷을 많이 하면 오른쪽에 골절이 주로 발생한다.

또, 갈비뼈 골절은 주로 피로골절(Stress fracture)이며 갈비뼈 옆의 톱날 모양의 근육인 ‘전거근(Serratus anterior muscle·사진)’ 탓으로 알려져 있다. 피로 골절 이외에도 스윙 중 임팩트 순간 채 끝에 발생하는 강한 저항이 샤프트(Shaft)를 따라 몸에 전달돼 근육이 급격하고 강제적이고 불균형하게 수축돼 골절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전거근(왼쪽)과 늑골골절. [출처=최인호 저 ‘스윙메카닉스를 이용한 골프손상의 이해’]
아마추어와 프로의 갈비뼈 골절은 격이 다르다. 그러나 초보가 자기 몸을 무시하고 고집스럽게 스윙하다 부러지든, 프로가 강한 스윙을 멋지게 하다가 부러지든, 골절의 결과는 매 한가지다. 병원에 가면 의사들로부터 4~6주 이상 골프장이나 연습장 근처에 얼씬도 말라는 엄포를 듣기 일쑤다. 주말 골퍼나 경기를 앞둔 프로 선수나 모두 답답할 노릇이다.

필자는 지난 20년 동안 골프 손상 환자를 치료하면서, 갈비뼈 골절 환자에 대해서만은 매우 관용적이었다. 진단을 내리면 급성기 3~4일은 냉찜질을 하며 흉곽 보호대를 착용하고 근이완제와 진통소염제를 복용시킨 뒤 급성 통증이 사라지면 약 1주 뒤부터는 한 달 동안 숏 게임이나 퍼팅 연습을 꾸준히 하도록 권유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이 일찍 회복되는 것을 보았고, 더구나 그린 근처 어프로치와 퍼팅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사실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필자는 의사로서 골프 때문에 늑골 골절을 당한 골퍼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다. 골프를 아예 멈출 것이 아니라 숏 게임이나 퍼팅은 지속적으로 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 쉬는 것 보다는 적절한 자극을 줄 때 더 뼈가 빨리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부러진 뼈가 아무는 것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부러진 뼈와 뼈 사이를 정확히 맞춰 서로 압박력을 강하게 줌으로써 골조직을 연결시켜 뼈가 붙게 만들 수도 있지만, 부러진 뼈와 뼈 사이에 이를 벌충하는 조직인 가골(假骨·Callus)이 형성돼 점점 골조직이 단단해지면서 뼈가 붙을 수도 있다. 갈비뼈가 그렇다.

전자는 대개 수술로 금속고정을 해야 골유합(뼈가 붙는 것)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늑골 골절은 여러 개의 뼈가 부러지는 다발성 늑골 골절이나 내부 장기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술하지 않는다. 깁스도 할 수 없다. 따라서 뼈와 뼈 사이에서 새 뼈가 자라나는 데에는 미세한 뼈의 움직임(Micromotion)이 가골 형성을 더 촉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상대적 휴식(Relative rest) 이론’이다. 골프 손상의 갈비뼈 골절은 절대 안정이 정답이 아니다.

전성기 때 방한한 타이거 우즈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천편일률적인 스윙 폼을 갖추고 있다. 거의 대부분 완벽한 스윙을 구사한다. 하지만 스윙에만 연습을 집중하고 골프 게임을 위한 연습은 덜 한다. 연습 시간이 1시간이면 스윙 연습은 15분 정도하고, 나머지 45분은 숏 게임을 통해 거리 맞추기를 하기를 권한다.”

아직도 많은 국내 골퍼들이 바뀌지 않았다. 멀리 보내고 싶어서 무리하다가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1주 정도만 쉬고 한 달 정도 숏 게임 연습만을 하며 골프 실력 향상을 위한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퍼팅 실력도 극대화시킬 절호의 기회다. 그동안 제대로 못했던 정교한 연습에 대해 기회가 주어진 것은 전화위복이 아닐까.

실제로 우리나라 KPGA 장타왕 김봉섭 프로도 늑골 골절을 경험했다. 그가 하체를 단단히 지지하고 핵심 근육(Core muscle)을 강하게 작동시켜 단숨에 몸통 회전을 이루며 내는 호쾌한 샷은 저절로 탄성을 불러일으킨다. 그와 같이 순간적인 폭발력으로 스윙할 때 깊은 잔디(Heavy rough)에서 강한 저항을 받으면 뜻하지 않은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그의 골절 부위는 오른쪽 다섯 번째 늑골이었다. 최경주 인비테이셔녈 2라운드 때 통증 때문에 기권하고 2주 연속 연습과 경기를 할 수 없었다. 다행히 3~4주 뒤 중요 경기가 예정된 상황에서 필자는 퍼팅과 숏 게임 연습을 지속적으로 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쉬지 않고 연습했고 갈비뼈 골절 후 3주 만에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제네시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한 개의 이글과 7개의 버디를 낚으면서 그 중 일명 ‘샷 어프로치 버디’를 무려 5개나 잡아 첫날 쿼드러플보기를 범하고도 우승 경쟁에 합류할 정도였다. 과연 우연이었을까?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마추어 여러분들도 기억해야 할 일이다. 골프를 제대로 즐기려면 ‘갈비뼈가 부러져도 골프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 것은 골프에 대한 무모한 헌신(Dedication)과 열정(Desire)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최상의 선택이면서 오래 골프를 즐기기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라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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