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무력화 우려…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등장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델타 변이가 우점종이 된 이후 강력한 도전자가 없었다. 페루에서 발견된 람다 변이와 콜롬비아에서 발견된 뮤 변이가 한때 주목을 끌었지만 델타를 왕좌에서 끌어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헌데 델타를 위협할지도 모를 강력한 새 변이의 등장으로 세계 의학계가 긴장했다고 국제과학전문지 《네이처》가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변이는 이달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됐고 남아프리카에서 홍콩으로 여행 온 사람들에게서도 발견됐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 최대도시인 요하네스버그가 위치한 가우텡 지역에서 11월 들어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남아공 콰줄루나탈대의 생물정보학자인 툴리오 데 올리베이라 교수는 “12일~20일 가우텡 지역에서 채취한 77개의 바이러스 샘플에서 모두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추출됐다”고 했다. 같은 대학의 감염병 전문의인 리처드 레셀스 교수는 “이미 가우텡 지역을 벗어나 남아공 전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그룹도 26일 긴급회의를 열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확산 중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B.1.1.529)를 ‘오미크론(Omicron)’이라 명명하고 우려 변이 바이러스로 지정했다. WHO는 코로나19 변이 중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 4종의 변이는 우려변이로 지정했고 그보다 위험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에타, 요타, 카파, 람다, 뮤 5종은 관심변이로 지정했다.

지금까지 파악된 오미크론 변이는 인체에 침투할 때 유용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유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30가지 이상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델타와 알파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감염력을 강화시키고 항체를 회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남아공은 2020년 말 베타 변이가 발견된 곳으로 베타 변이에 대한 연구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당시 베타 변이가 인체의 면역망을 어떻게 뚫는가에 대한 최초의 데이터를 제공했던 남아공 위트워터스랜드대의 바이러스학자 페니 무어 교수는 “새 변이가 백신이나 이전 감염을 뚫고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실에서 신속하게 분석 중”이라면서 “돌연변이가 더 많다는 것은 백신이나 항체를 회피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소리”라고 말했다. 컴퓨터 모델링 분석으로는 새 변이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있다가 침입하면 죽이는 인체 내 T세포를 회피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어 연구팀의 분석은 2주 내에 끝날 예정이다.

무어 교수를 포함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 변이가 남아공을 넘어서 다른 나라로까지 전파됐는지 또 델타보다 전염성이 더 높은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남아공에선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영국 옥스퍼드대의 아리스 카츠라키스 교수는 “새 변이가 델타 변이 보다 더 경쟁력 있는 변이가 될 것인지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델타 변이가 크게 유행하고 있는 나라에선 새로운 변이의 징후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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