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유에 장 건강이 중요한 이유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뇌는 모든 동물에 있어서 신경계의 중추가 되는 기관이다. 뇌는 척수와 신경세포와 신경섬유로 구성돼 있으며, 풍부한 혈관 조직들과 경막, 지주막, 연막의 3겹의 뇌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런 뇌는 운동, 감각, 언어, 기억 및 고위 정신기능을 수행하며, 각성, 항상성의 유지, 신체대사의 조절 등 생존에 필요한 환경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런 뇌가 머릿속만 아니라 장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소화기계통의 벽 속에 숨겨져 있는 이런 ‘내장의 뇌’는 머릿속 뇌와 비슷하게 소화, 기분, 건강 그리고 심지어는 생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이 뇌를 장내 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ENS)라고 부른다.

이 내장의 뇌는 결코 작지 않다. 식도에서 직장까지 위장 관에 1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로 이뤄진 얇은 2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내장의 뇌가 하는 일은?

내장의 뇌는 머릿속의 큰 뇌와 달리 계산을 하거나, 글을 쓰는 등의 일은 할 수 없다. 장내 신경계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미국 존스홉킨스 신경외과센터의 제이 파스리차 박사는 “내장의 뇌는 음식을 삼키는 것부터 분해하는 효소 방출, 영양소 흡수에 도움을 주는 혈류 조절을 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파스리차 박사는 “장내 신경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할 능력이 없어 보이지만 머리에 있는 뇌와 소통을 주고받으며 중요한 결과를 만든다”고 말한다.

장내 신경계는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변비, 설사, 팽창, 통증, 위장 장애와 같은 기능성 장 질환에 대처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큰 감정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불안과 우울증이 장과 관련된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와는 반대일 수도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은 장 시스템의 자극이 거꾸로 중추신경계에 기분 변화를 유발하는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는 증거를 찾고 있다.

이를 통해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기능성 장 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우울증과 불안증이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30~40%가 기능성 장 질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발견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치료의 기회

장내 신경계와 중추 신경계의 연결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항우울제와 같은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장 질환 치료제와 인지행동치료와 의학적 최면요법과 같은 심신치료법의 효과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머리의 뇌와 내장의 뇌는 서로 ‘말하기’ 때문에 한쪽을 돕는 치료법이 다른 쪽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위장병 전문의는 ‘제2의 뇌’를 진정시킬 방법을 찾는 심리상담사와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장병 전문의들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특정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있는데 이는 문제가 모두 환자의 머릿속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러한 약물들이 내장 안에 있는 신경세포에 작용함으로써 어떤 경우에는 증상을 진정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심리학적 개입은 또한 머리의 뇌와 내장의 뇌 사이의 ‘소통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신과 장의 연결

연구에 따르면, 소화기계통의 활동은 인식(사고력과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소화기계통의 신호가 당뇨병과 같은 건강 문제 위험을 높이거나 감소시키는 신진대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발견하는 것도 또 다른 관심 영역”이라고 말한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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