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치다 골병 나도, 갈 데가 없다?

[골프의학硏의 몸지키는 골프] 의사들이 골프연구회 만든 까닭

“골프근육은 따로 있다”고 한다. 이 말은 “골프스윙에 사용되는 근육은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이라는 뜻이다. 아마추어 골퍼는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갑자기 무리해 사용하다 보니 늑골(갈비뼈)과 관절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선수들은 오랫동안 너무 많이 사용해서 문제가 생긴다.

최근엔 장타가 최대 관심사가 돼 장타를 치기 위해 아마추어나 프로선수들이 많은 훈련을 하고 있는데, ‘골프여제’라 불리는 아니카 소렌스탐 이후 골프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타이거 우즈, 로리 맥길로이, 브라이슨 디샘보처럼 장타를 치기위한 스윙이 대세를 이루면서 이로 인한 많은 자세의 변화와 함께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다.

2004년 하바드대 의대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프로골프선수는 척추, 손목, 어깨 순으로 다친다고 하며 아마추어골퍼는 척추, 팔꿈치, 손목, 어깨 순으로 골프손상을 받는다고 한다. 미국 감리교스포츠의학병원의 존 맥캐롤 박사 등에 따르면 골퍼들의 50~60%가 상지(손목, 팔꿈치, 어깨) 부상을 경험한다고 하며, 특히 한국의 선수들은 손목 손상으로 인하여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이 골프부상 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성적이 부진하거나 심지어 선수생활을 그만 둘 때 선수와 상당 기간을 선수를 위해 헌신한 가족들을 보면 의사로서 매우 가슴이 아프다.

골프선수들, 코치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골프선수들은 다쳤을 때 “병원의 무슨 과를 가야하나? 어떤치료를 받아야 하나? 선수생명에는 지장이 없나? 재발하지는 않을까? 치료를 받는 중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깊이 고민한다.

대한민국의 골프선수들은 평균 하루에 10시간 정도 연습을 한다. 연습장으로 잔디밭을 사용하는 외국선수들과는 달리, 딱딱한 연습장 매트에서 매일 반복되는 스윙을 하다 보니 허리, 손목, 어깨, 무릎에 부상을 달고 살게 된다.

그런데 한국, 미국, 일본 모두 정형외과 의료시스템은 대개는 척추, 어깨, 손, 무릎과 같이 부위별로 전문진료를 하고 있다. 그런데 골프는 손목이 아파도 어깨, 목까지 연관이 되기도 하고 발목이 안좋아도 무릎, 고관절, 허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부위별로 분과돼 있는 우리나라의 대학병원에서 손목, 팔꿈치, 어깨, 목 4군데 진료를 받으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정형외과는 수술을 먼저 권유한다고 오해해서 수술을 하지 않고, 한 번에 다 봐주는 재활의학과나 통증의학과, 한방병원이나 마사지사를 많이 찾게 돼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 골퍼들도 이른바 ‘골병(골프치면서 생기는 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이 부족해서 즐거운 골프와 멀어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필자는 25년 전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했으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싱글기념패와 언더기념패도 갖고 있다. 골프를 치다 보니까 허리, 손목, 팔꿈치, 어깨를 아파봐서 골프에 관련된 논문들을 찾아보기도 했고, 보다 깊은 연구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 병과는 다른, 골프에 의한 병의 생태에 대해서도 남다른 눈으로 보게 됐다. 예를 들어 필자의 전문분야인 견주관절(어깨와 팔꿈치 관절) 측면에서 보면 골프 선수에게서 제일 중요한 어깨근육은 대흉근(큰가슴근육), 견갑하근(어깨밑근육), 어깨주변근육이고 어깨학문에서 일반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깨의 극상근∙극하근∙삼각근은 골퍼에는 영향이 별로 없고 이로 인한 손상도 거의 없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David H. Kim, J.P. Warner et al, AJSM, 2004).

선수들을 진료할수록 한국 골프의 수준에 비해 한국골프의학의 현주소에는 의문감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고, 더군다나 세계적으로도 골프의학이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의 임원 가운데 필자와 같이 골프를 사랑하면서 골프 부상을 치료하느라 고민하는 의사들이 이대로 있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2016년 이병창, 이헌상, 김기성, 남기세, 이태연 박사 등 정형외과 전문의들과 의기투합해 골퍼 손상의 예방, 치료, 재활을 연구하는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약 1년 정도 준비 뒤, 2017년 3월4일 초대 이병창 회장(익산 나은병원장) 체제 하에 골프를 잘 이해하는 14명의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대한골프의학연구회를 정식출범시켰다. 대한민국 골프 레젼드인 최상호 프로, 정형외과전문의로서 《골프손상의 이해》란 명저를 펴낸 최인호 중앙대 의대 교수(당시 서울대 교수), 이송 서울성심병원장, 박근호 전주고려병원 원장 네 분을 고문으로 모셨다. 이후 이헌상 은혜정형외과 원장이 2대 회장, 김기성 이천엘리야병원장이 지금 3대 회장을 맡고 있다.

초기에는 두 달에 한 번씩 골프에 조예가 깊은 교수들과 골프 전문가들에게 회원들이 교육을 받았고 두 달에 한 번씩 골프선수, 골프강사, 학부형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 지금은 매달 한 번씩 골프모임을 갖고 두 달에 한 번씩 자체 교육을 하고 있으며 골프지도자, 선수 및 학부형를 상대로 특강해서 가능한 많은 골프인들과 교류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대한골프의학연구회’가 대한민국 골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골프인들의 골프손상에 대한 예방, 치료, 재활 및 연구에 앞장서서 골프인들이 부상 걱정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기여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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