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사랑은 사람에 대한 사랑과 다른가?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92호 (2021-10-04일자)

세계 동물의 날에 짚어보는 철학적 질문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의 동물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

1869년 10월 2일 태어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이죠? 미국의 동물권리 운동가인 알렉스 허샤프트는 1983년 간디의 생일에 맞춰 매년 10월 2일을 ‘세계 농장동물보호의 날’로 제정했고요.

간디는 “100년마다 한 번 성 프란체스코가 태어난다면 세상의 구원은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독일의 동물학자 하인리히 짐머만은 1925년 성 프란체스코의 축일(10월 4일)에 맞춰 ‘동물의 날’을 제정했지요. 프란체스코 수도회를 창립한 ‘아시시의 프란체스코’는 동물과 이야기하는 기적을 일으켜 ‘동물의 수호성인’으로 불립니다. ‘동물의 날’은 처음에 장소 문제 때문에 다른 날에 개최됐지만, 원래 날짜를 되찾았고 1931년 이탈리아 플로렌스에서 열린 국제동물보호회의에서 매년 10월 4일이 ‘세계 동물의 날’로 채택됐지요.

영국에 본부가 있는 ‘네이처워치 재단’은 2003년 세계 동물의 날 웹 사이트를 열었고 2007년 홍보대사 프로그램을 시작해서 현재 우리나라의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를 비롯, 70여개 나라 97명이 홍보대사로서 동물의 권리를 위해 활약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권리 운동은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가장 근원적인 것은 ‘과연 동물과 사람이 다른 존재인가?’라는 물음일 겁니다.

동양에서는 중국 전국시대의 맹자가 ‘사람과 동물의 다른 점은 극히 드물다’면서, 그 다른 점을 계발한 사람만이 군자라고 했지요? 불교의 윤회사상에 바탕 삼은 살생 금지, 도교의 자연주의 등도 사람과 동물의 공통점에 바탕을 두고 조화를 얘기했지요.

서양에선 기원전 4세기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부터 17세기 프랑스의 르네 데카르트에 이르기까지 주류 사상가들은 사람만이 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물에 사람과 같은 권리를 부여할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13세기 종교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동물은 사람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사람과 동급으로 취급할 수 없다고 했고요. 그러나 현대 과학은 동물과 사람의 유전자, 신경계통에서 근원적으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동물을 차별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지요.

18세기의 임마누엘 칸트는 사람과 동물의 차별을 인정하면서도 동물들에게 잔인하게 대하면 이런 습성이 길러져 사람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 ‘공리적 목적’으로 동물을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975년 《동물해방》을 발간한 피터 싱어는 공리적 목적을 발전시켜 ‘종(種) 차별주의’에 반하는 동물보호를 내세우며 윤리적 축산을 주장했다면, 1983년 《동물권리의 사례》를 펴낸 톰 레건은 동물의 선천적 권리에 따른 존중을 내세웠지요. 이들의 사상을 포함, 동물과 관련해서 다양한 철학적 사유가 가능할 것입니다.

○사람은 다른 동물과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인가? 사람은 과연, 생존본능과 감정을 제어하는 이성과 영혼을 가진 존재인가?
○아이가 명절 때만 만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수 년 동안 같이 지낸 반려견이 죽었을 때 더 슬퍼하는 것을 비난할 수 있나?
○동물은 어디까지 식용으로 쓸 수 있나? 요즘은 반려동물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데, 특정 동물을 먹는 사람들이 다른 동물의 식용을 비난하는 것은 정당한가?
○사람의 생존과 건강을 위한 동물실험은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을까?
○생명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나?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인간과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데….
○가난한 이웃은 외면하고 반려동물에 관심과 부를 쏟아붓는 것은 자연스러운가?
○사람에 대한 사랑과 동물에 대한 사랑은 본질적으로 다른가?

동물에 대해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면, 사람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반려동물도 사랑하고, 그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면 더 포근한 세상이 될 것 같고요. 최소한,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사람에게도 잔인하게 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칸트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한 듯합니다. 오늘 ‘세계 동물의 날’에는 사람을 포함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또, 사랑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오늘의 음악]

첫 곡의 주인공은 동물 사랑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죠? 1982년 오늘 세상을 떠나며 유산의 절반을 자신이 설립한 동물보호사에 기증한,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 파르티타 6번입니다. 유튜브에 ‘이 연주영상을 올린 것만으로도 유튜브의 존재 가치가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군요. 1970년 오늘 27세의 나이에 요절한, 재니스 조플린의 절창 ‘Cry Baby’ 이어집니다.

  • 바흐 파르티타 6번 – 글렌 굴드 [듣기]
  • Cry Baby – 재니스 조플린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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