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힘든 가을에도 감사해야 할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491호 (2021-09-27일자)

코로나19 팬데믹에 더 절실한, 감사의 마음

26일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의 가을풍경 [뉴스1]
‘봄은/가까운 땅에서 숨결과/같이 일더니//가을은/머나먼 하늘에서/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고 시인 김현승은 노래했지요? 어느덧 눈이 시리도록 파란 가을하늘입니다. 한낮 햇볕은 아직 뜨겁지만, 하늘은 파란 바탕에 하얀 물감 뿌린 듯 구름 떠다니는, 영락없는 가을입니다.

우리말 가을은 ‘거두다,’ ‘추수하다’는 뜻을 품고 있고, 한자어 ‘秋’는 벼(禾)가 불붙듯(火) 익는다는 뜻인데, 원래는 가을의 전령인 귀뚜라미를 상형문자로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영어로 가을은 사계절 가운데 두 이름을 가진 유일한 계절이죠? ‘Autumn’은 라틴어 ‘autumnus’와 여기에서 파생된 프랑스어 ‘automne’에서 왔는데, 라틴어 ‘autumnus’는 ‘바뀌다(vertumnus)’에 ‘늘다(augere)’가 덧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또 다른 단어 ‘Fall’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계절(Fall of the leaf)을 뜻한다고 하네요. 격식을 중시하는 영국에선 ‘Autumn,’ 실용적 미국에선 ‘Fall’이 더 많이 쓰이게 됐다고 하고요.

한 해의 수확을 이야기하기엔 괴롭고 힘든 사람이 너무 많은 듯합니다. 우리 함께 코로나19 팬데믹을 잘 버텨냈고, 더러 인고의 열매를 맺는 분들도 있지만, 대체로 잿빛 색깔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주위를 둘러보거나, 특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불안, 우울, 슬픔, 분노 등이 익숙한 단어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감사하는 마음’은 보석처럼 소중하지 않을까요?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홈페이지에선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절실하다는 소식을 올렸더군요. 감사함을 뜻하는 ‘gratitude’는 우아함, 정중함, 위대함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gratia’에서 온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자신이 고귀해진다고 합니다. 감사한 마음은 바깥세상과 자신을 밝게 연결하며, 자긍심과 긍정적 마음을 강화시키며 더 큰 행복과 심신의 건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감사할 것은 있을 겁니다. 똑같은 현상도 어떤 사람에겐 우울, 분노의 대상지만 어떤 사람은 거기에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인도 속담에서는 “왜 호랑이를 만들었는지 신에게 불평하지 말고,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지 않은 것에 감사하라”고 했고, 영국의 성경학자 매튜 헨리는 강도를 당한 뒤 이전에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는 것에 대해, 돈만 빼앗기고 목숨을 지킨 데 대해, 가진 것을 모두 잃었지만 잃은 것이 많지 않은 데 대해, 자신이 아니라 그가 강도인데 대해 감사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좌절하거나 분노하는 사람과 감사하는 사람 가운데 누가 더 성숙하고, 누가 더 건강할까요? 답은 뚜렷하겠지요. 우리 모두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오늘 누군가에게 감사할 것을 찾아, 감사함을 표시하거나 기도하는 것은 어떨까요, 익어가는 가을에, 가을의 의미를 음미하며….


[오늘의 음악]

첫 곡은 감사함을 표현한 찬양의 노래이죠? 캣 스티븐슨의 ‘Morning has broken’ 준비했습니다. 다음 노래는 양희은의 노래로도 잘 알려져 있죠? ‘가을아침’을 아이유의 목소리로 듣겠습니다.

  • Morning has broken – 캣 스티븐슨 [듣기]
  • 가을아침 – 아이유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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