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의 화병, 비흡연 폐암 원인 중 하나일까?

[사진=Magic mine/shutterstock]
화, 분노, 억울함, 우울 등의 감정을 오랫동안 표현하지 못하면 한국인 특유의 화병을 앓을 수 있다. 화병은 영어로도 Hwa-byung 으로 쓸 정도로 국제적으로 공인된 질환이다.

화병 환자의 대부분은 40-50대 중년여성들이다. 주부이자 어머니로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해 가슴앓이만 하다가 화병을 앓게 된다. 남편이나 시댁과의 갈등 등에서 나타나는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다.

1. 스트레스가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나

대한폐암학회가 2017-2018년 2년 동안 전국 10개 대학병원에서 비흡연 여성폐암 환자 4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일주일에 4일 이상 겪는 경우 3일 이하인 여성에 비해서 폐암 발생률이 1.5배 높았다.

학계에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직접적으로 암을 유발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암의 발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초조해 하는 감정이 호르몬 분비에 변화를 일으켜 면역력을 떨어뜨려 암 등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흡연이나 음주로 해소하는 방식은 더욱 나쁘다.

2. 폐암 여성의 90% “한 번도 담배를 안 피웠는데…”

여성 폐암 환자는 2015년 7252명으로 2000년(3592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폐암 진단 여성의 약 90%가 한 번도 흡연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여성 폐암은 흡연 외 다른 발생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여성 폐암은 요리 환경과 큰 관련이 있다. 환기가 잘 안 되는 공간에서 요리를 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서 폐암 위험이 1.4배 높았다. 요리 시 눈이 자주 따가울 정도로 연기가 나는 경우 폐암 발생율이 5.8배나 됐다.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환기가 안 되는 경우 폐암 발생율이 2.4배였다. 대부분 튀기거나 부침 요리 등 기름을 많이 쓰는 요리가 원인이었다.

3. 여성 폐암 환자, 어릴 때부터 간접흡연에 노출

간접흡연도 여성 폐암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2년 이상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경우 폐암 발생률이 2배 늘어났다. 특히 남편의 흡연량이 증가할수록 여성 폐암 발생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집에서 흡연을 했고, 결혼 후 남편이 안방이나 거실에서도 담배를 피웠다면 최악의 상황인 셈이다.

조석기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흉부외과)는 “간접흡연도 직접흡연 못지않게 폐암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비흡연 여성 폐암환자에서도 간접흡연의 노출이 많았고 노출 시기도 빨랐다는 것은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4. 화병으로 면역력 약해졌는데, 간접흡연까지…

중년 여성은 자신이 화병 환자인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불안, 가슴 두근거림, 우울, 불면증을 겪으면서도 그저 스트레스가 심한 정도로만 알고 있다. 이 사이 몸의 저항력과 면역력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간접흡연과 요리 시 연기에 자주 노출된다면 폐암 위험이 높아진다. 간접흡연이 더욱 나쁜 이유는 담배 속의 발암물질들이 담배 필터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타고 있는 담배의 끝에서 바로 나오는 연기가 더 위험한 것이다.

폐암 초기에는 전혀 증상이 없다.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도 일반 감기와 비슷하게 기침이나 가래 같은 증상만 나타나는 수가 많다. 특히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은 평소 폐암을 의식하지 않아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비흡연 여성의 폐암 위험을 낮추려면 우선 간접흡연이나 환기 상태가 좋지 않은 주방 환경 등 위험요인을 피해야 한다. 여기에 명상, 운동 등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고 영양 섭취를 균형 있게 해 몸의 저항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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