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학회, 송명근 수술법 심사에 불참선언

“공식의견 여러 번 제출해도 심평원이 계속 무시”

대한흉부외과학회가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의 새로운 심장 판막 수술법(CARVAR)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심사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22일 전문가 회의에

불참을 결정해 파장이 예상된다.

흉부외과학회의 이 같은 결정은 그간 심평원의 요청에 따라 학회가 두 번이나

“송 교수의 수술법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건강 보험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공식 의견을 밝혔음에도 심평원이 “학계의 공식 의견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며 송 교수를 두둔하는 듯한 자세를 계속 취하는 데 대해 강력한 항의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학계 의견 두 번 받고도 결정 연기는 이례적”

새로운 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 심평원의 심사는 규정상 100일 이내에

마치게 돼 있다. 송 교수가 CARVAR 수술법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고 심평원에

신청한 것이 지난 2007년 4월이므로, 심평원은 지금까지 1년 9개월간 결정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한 심평원 관계자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심평원은 CARVAR 수술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전문가 회의를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 소집했다. 그때마다 흉부외과학회는 대표를 파견하고

공식 문건을 보내 “건강보험 적용은 안 된다”는 학회 입장을 전달했다.

그런데도 심평원은 22일 오후 7시 또 한 차례 전문가 회의를 열겠다며 “대표를

보내 달라”고 학회에 요청했다.

학회는 지난 16일 오후 6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팔레스호텔에서 상임이사회를

열고 불참을 결정했다. 상임이사회는 학회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다.

이사회에는 전체 10명의 상임이사 중 전북대 최종범 교수(학술이사), 연세대 정경영

교수(보험이사)를 제외한 8명이 참석했다. 최 교수는 CARVAR 수술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상임이사회는 이날 “송명근 교수가 동의한다면 CARVAR 수술법에 대한 피어 리뷰(동료

의학자들이 의학적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과정)를 거쳐 우수한 수술법으로

판명될 경우 건강보험 적용에 찬성하겠다”고 결의했다.

흉부외과학회는 피어 리뷰의 조사 항목으로 ▽CARVAR 수술과 관련해 수술 뒤 30일

이내에 사망했거나, 또는 30일이 지났더라도 퇴원하지 못하고 입원 치료 상태에서

사망한 환자 등 조기 사망률 ▽판막폐쇄부전 등 수술 뒤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역류하는 증세의 정도와 빈도 ▽수술 뒤 판막 위아래의 압력 차이 ▽출혈 및 재수술

빈도 ▽인공심박동기 삽입 빈도 ▽수술 뒤 6개월 이내 심내막염 발생 빈도 ▽심실중격결손(좌우심실

사이에 구멍이 뚫리는 증상) 발생 여부 ▽1년 이내 관상동맥 협착 발생 여부 ▽뇌혈관

장애 여부 등을 선정했다.

심평원, 식약청 등 나서야 수술법 안전성 점검 가능

CARVAR 수술법에 대해 개발자인 송 교수는 “1997년 이 수술을 시작한 이래 사망자가

한 명도 없는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지만, 송 교수와 같은 병원에서 심장병

환자를 치료하는 건국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진은 지난해 “송 교수로부터 CARVAR 수술을

받은 환자 5명에게서 부작용 9건이 발생해 재수술을 받았다”는 논문을 발표하는

등 수술 안전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조건현 흉부외과학회 이사장은 피어 리뷰의 조건과 관련, “송 교수는 수술 뒤

부작용이 없다고 하지만 심장 수술의 경우 부작용 여부를 알려면 수술 뒤 3~5년 동안

계속 장기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송 교수의 수술 데이터가 공개된다면 당장 피어

리뷰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고 22일 말했다.

송 교수 수술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심사 절차로 피어 리뷰의 필요성을

학계가 요구하고 나선 이상, 송 교수에게 수술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할 권리를

가진 심평원 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그간 CARVAR 안전성 논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온 서울아산병원의 대응도 관심의

대상이다. 송 교수는 1997~2007년 서울아산병원에서 CARVAR 수술을 했으며, 이 기간

동안의 수술 실적은 공개된 바 없다.

학회의 이런 결정 사항은 조건현 이사장이 금명간 직접 심평원을 방문해 전달할

예정이다. 학회의 결정에 대해 송명근 교수는 21일 코메디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22일 전문가 소위원회에서 CARVAR 수술을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을 들을 예정이었다”면서 “학회의 의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22일 회의에

학회 대표가 참여하지 않으면 CARVAR 수술법에 대한 보험 적용 여부는 ‘보류’가

돼 이달 말 열리는 행위전문위원회 최종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CARVAR는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심장대동맥 판막을 인공판막 등으로 교체하는

기존의 일반적인 수술법 대신에 환자의 판막을 가공해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수술법이다.

    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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