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다! 중국소재 애니메이션



‘재밌다’ 그리고 ‘부럽다’.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 디즈니사에서 <라이언 킹>을 대박 히트시켰던 제프리 카첸버그 그리고 한때 키아누 리브스와 동성관계에 있다는 루머에 휩싸였던 음반 프로듀서 겸 geffen record CEO 데이비드 게펜이 의기투합해서 설립한 영화사가 드림웍스다.

‘드림웍스 SKG’에서 S는 스필버그, K는 카첸버그, G는 게펜의 이니셜을 의미하고 있다.  95년 이 영화사 설립 당시 제일제당(현 CJ)이 무려 5억 달러(한화 5,000억 원)를 자본금 일부로 희사했다.  감사의 기념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생애 최초로 내한을 했다. 

지금 국내 영화 시장의 절대 강자는 단연 CJ다. 
극장 체인 CGV도 당연히 CJ 계열사이고, 이것을 보면 사업가는 최소 10년에서 30년 이상 앞을 내다봐야 한다는 것이 그저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절감한다.  신문사 활자 밥이 떨어지면 굶어 죽는 줄 알고 하루살이처럼 아등바등했던 나의 처지를 회고해 보면 본인은 절대 기업가 자질이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인디아나 존스 4>로 건재를 과시한 스필버그 사단의 영화들은 일단 재미있다.
<쿵푸 팬더 Kung Fu Panda>.  92분의 상영 시간이 짧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재밌다.  웃음에 인색한 본인도 4, 5 차례 웃었다.

애니메이션이 코 묻은 애들의 전유물이라고?
가당치 않은 소린 하질 말아라!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베를린 영화제 사상 최초로 2003년 그랑프리에 해당되는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보너스.

<타이거 마스크> <뱀 베라 베로> <은하철도 999>  <아톰>.
10대 소년 시절의 추억이 서려 있는 만화 영화가 실은 일본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의 허탈감이란!

이런 경험은 또 있다.
<올드 보이> <미녀는 괴로워> <권순분 여사 납치 사건> , 이미연 주연의 <어깨 너머의 연인> , 비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피드 레이서>,  이준기의 <플라이 대디>, 송혜교·차태현 주연의 <파랑주의보> , MBC 드라마 <하얀거탑> 등. 이들이 모두 일본 만화, 소설, TV 드라마를 각색한 한국 작품들이다.

박찬욱이 칸 영화제 3등상에 해당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고 한껏 거들먹대지만 <올드 보이>의 뼈대는 일본 만화다.

‘한국 영화의 저력은 일본 만화의 힘’이라는 자조 섞인 지적이 바로 우리 대중예술계의 초상이다.

이에 비해 스필버그가 손댄 <쿵푸 팬더>는 성인 관객들도 박수갈채를 보낼 오락성을 99% 확보하고 있다. 또한 서두에 ‘부럽다’고 한 것은 바로 <쿵푸 팬더> 제목에 있다.

쿵후는 이소룡이 대중화시킨 중국 전통 무술.
판다는 중국 최고 지도층이 외국의 정계 거물에게 최고의 국빈 선물로 대접할 때 단골로 활용되는 동물이다. <쿵푸 팬더>엔  제목에서부터 ‘중국 냄새가 물씬 담겨 있는 것’이다.

소재가 고갈돼 일본 예술품을 들여다 골방에 처박혀 한국식으로 각색하느라 시나리오 작가들의 눈알이 벌게지고 있는 한편에서는 중국을 기반으로 한 한류(漢流) 열풍이 쓰나미처럼 한국 흥행가를 덮치고 있다.

부친이 운영하는 국수 가게에서 식솔을 해결하고 있는 뚱보 판다 포.
체중 과다로 허덕이는 그가 마을에서 가장 학식이 높은 현인(賢人) 우그웨이 대사부로부터 용문서의 전수자로 낙인찍힌다.

포는 쿵후 비법이 적혀 있는 용문서의 전수자 대회에 출전한 무적의 5인방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용문서를 노리고 감옥에서 탈출한 타이렁이 마을을 공격해 오는 진퇴양난의 상황.

하지만 포는 시푸 사부로부터 혹독한 쿵후 트레이닝을 받고 처음에는 관계가 소원했던 무적의 5인방의 적극적인 측면 도움도 받아내면서 악한 타이렁을 제압하고 ‘쿵후 비법의 전수자’로 당당히 인정받는다는 내용.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이 성형 수술로 환골탈태(換骨脫)한 모습을 보여주듯, 자기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었던 포가 엄격한 사부로부터 쿵후 비법을 전수받고 날렵한 쿵후 유단자로 변신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성장 영화’의 축을 보여주고 있다.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나 첸 카이거의 <패왕별희>처럼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중국 전통적 리듬, 만두, 국수 등 중국의 먹을거리, 복장, 건축물에서 풍겨져 나오는 중화(中華) 색채  등은 뿌리 없는 ‘한류(韓流) 신드롬에 함몰돼 몇 년을 우쭐대다 이제는 식어버린 우리 대중예술계의 초라한 위상을 곱씹게 해주는 장면이 되고 있다.

러시아 생리학자 파블로프 박사가 1900년 전후 개를 대상으로 하여 소화(消化)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조건반사 현상을 발견했다. ‘파블로프 현상’이란 건데,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준 다음 곧 먹이를 주는 일을 여러 번 되풀이하면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려주고 먹이를 주지 않더라도 개는 침을 흘리게 된다는 것이다.

뚱보 포도 쿵후 스승 시푸 사부로부터 쿵후 비법의 단계를 올라 갈 때마다 만두를 한 개씩 하사받아 만두만 보면 군침을 흘리는데 흡사 파블로프 현상을 떠올려 주고 있다. 포는 만두를 차지하기 위해 힘겨운 훈련을 거듭하다 마침내 무술 고수가 된다.

두 사람이 유리 접시에 소복이 쌓여 있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만두를 놓고 젓가락을 갖고 대결을 펼치는 장면, 첩첩산중에 매달려 있는 나무로 만든 다리 위에서 무적의 5인방과 포가 합심해서 절대 강자 타이렁과 대적을 하는 장면 등은 70년대 오락 영화계를 석권했던 성룡의 ‘취권’을 비롯해 실베스터 스탤런 주연 <클리프행어>의 산악 대결 장면을 떠올려주는 명장면이다.

과다 체중으로 허덕였던 판다 포가 선반에 감추어둔 과자를 훔쳐 먹기 위해 날렵하게, 흡사 발레하듯 올라가는 장면을 비롯해 호권의 달인 타이그리스(안젤리나 졸리 목소리 연기), 원숭이 권의 달인 몽키(성룡 목소리 연기), 사권의 1인자 바이퍼(루시 리우 목소리 연기), 학권의 권위자 크레인과 당랑권의 달인 캔티스 등 무적의 5인이 펼치는 쿵후의 기기묘묘한 권법(拳法)은 보고만 있어도 어깨와 허리를 움찔거리게 만들고 있는 묘미를 선사해 주고 있다.

절대 강자인 악당 타이렁을 제압하고 마을에 평화를 되찾아준 포의 보무당당(步武堂堂)한 모습은 70년대 히트곡인 칼 더글러스의 ‘Kung Fu Fighting’이 마무리해주고 있다.  6월 5일 개봉 예정.

 



1.  자질 부족한 개그맨이나 성우들을 동원한 더빙판은 오리지널리티의 효과를 90% 반감시킨다. 꼭 자막판을 보시길 권한다!

2.  렘브란트 치과그룹이 혹스럽게 쥬얼리의 박정아 영화 진출작 <날라리 종부뎐>의 투자자로 나섰다고 오프닝에 호기스럽게 자사 로고를 비추고 있다.

이런 얼빠진 친구들. 언급 자체가 불쾌한 이런 쓰레기 영화에 투자를 결정한 치과 그룹 수뇌부, 당신들 이빨을 뽑아 버려라! 문화사업 투자가 어떠해야 하는가는 바로 드림웍스의 상영 판권을 50년간 확보한 CJ그룹이 보여주고 있다. 좀 벤치마킹해라!

3.  가수 비가 칼 더글러스의 히트곡 ‘Kung Fu Fighting’의 리메이크 버전을 엔딩 타이틀로 불러 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시사용 필름에서는 잭 블랙의 코믹 버전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수 비보다 잭 블랙 버전이 낫겠다 싶다.

4.  6월 6일 현충일 공휴일이다. 이 영화 개봉은 전날인 5일.
그동안 애비 노릇을 못했다고 자책하는 의료진들이 있다면 이 글을 읽는 즉시 가족용으로 예매해라! 후회는 없을 것이다. 필자는 CJ와는 일면식도 없는 처지이니 오해는 마시라!

2003년 대한극장 뒤편 중구 필동에 위치한 CJ 인재원 직원 초청 강연에서 재벌 그룹의 영상 참여 폐해를 언급해 초청자인 상무의 얼굴에 먹칠한 주인공이다.

5.  레이아웃 총책임자가 한국인 전용덕이라고 한다.
아쉽다! 중국 분위기가 하나 가득 담겨 있는 이 애니메이션에 한국인 애니메이션 재능꾼이 자신의 실력을 몽땅 쏟아 붓다니.

태권도와 호랑이를 접목한 <태권 호랑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왠지 제목부터 상업성이 미미할 듯싶다. 본인의 엽전 의식 때문인가? 할 수 없지 뭐!

6.  식탐(食貪)이 대단한 판다 포를 쿵후 유단자로 탈바꿈시키는 데는 즉효약은 역시 먹을거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자장면과 과자 등 중국 전통음식의 모습은 그래픽이지만 군침을 돌게 만드는 생생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7.  불가능할 것 같던 포가 불구대천의 원수 타이렁을 실력으로 제압해 나가는 과정은 ‘뜻을 세우면 목표로 한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무언의 교훈을 주고 있다.

자녀뿐 아니라 세상 살기에 지쳐 의기소침해 있는 이들은 인생을 재도약할 수 있는 충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자극제가 될 듯싶다.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교훈을 얻을 수 있으니 장편 극영화 감독들, 정신 차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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