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 뽑아 달랬는데 4개 뽑아놓고··· .”

일부 치과의 임플란트 과잉수술 '도마' / 의료법 위반 대리수술도···부작용 속출

30대 여성 김 모씨는 최근 이가 시려 A치과를 찾았다가 치과의사로부터 치아 4개를

뽑고 임플란트를 심자는 권유를 받았다. 김 씨는 1개에 200만~300만원인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우선 2개만 빼달라고 어렵사리 얘기했다. 나머지는 다른 병원에서 한번

더 검진받고 결정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마취가 끝나고 입안을 확인한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치과의사가 이 4개를 모두 뽑아버렸던 것.

2005년 말 지모 씨(47·여)는 3년 전 늦둥이 임신 때 생긴 치주염이 악화돼 치과를

찾았다. 치과의사는 치아 17개를 임플란트로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

치과의사가 아닌 다른 곳의 치과의사가 임플란트를 박았고 지 씨는 이후 그를 볼

수 없었다. 소개료가 포함됐는지 애초 4000만원의 치료비는 4500만원으로 뛰었다.

지 씨가 항의하자 치과의사는 치료를 중단했고 1년 2개월 동안 임시치아도 없이 지내야만

했다.

지 씨는 “아이가 잇몸에 10여 개의 철심을 박아 놓은 모습을 보고 놀랄까 봐

집에서도 마스크를 썼다”며 “최근 철심에 임시치아를 덮어씌울 때까지 죽만 먹었다”고

울먹였다.

치과에서 수익이 큰 임플란트 수술을 남발하는 탓에 환자들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멀쩡한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심는가 하면 얼렁뚱땅 수술법을 배우고 환자에게

적용해 신경손상, 염증 및 감염, 부정교합 등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치과대학의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본래 자기 치아만한 것이 없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보존치료를

통해 최대한 오래 간직하는 것이 좋다고 가르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치과 임플란트 피해 및 불만사례는 2004년 158건, 2005년

224건, 2006년 318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에는 4월까지만 130건이 접수됐다.

요즘에는 이른바 대리수술까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치과의사는 “임플란트 등 대리 수술은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며

“일부 치과의사가 국민의 치아건강을 책임진다는 보람은 팽개치고 수익만 추구하고

있어 생기는 일”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해울 대표 신현호 변호사는 “현 의료법상 의료인은 허가된 장소에서만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며 “치과의사가 다른 치과의 의뢰를 받고 임플란트를 심었다면

의료법 30조를 위반한 불법의료행위”라고 설명했다.

임플란트 치과의사 비율 미국의 3배

우리나라 치과 임플란트 수술은 최근 5년 간 급증했으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비율이 높다.

지난해 말 치과의사 출신인 김춘진 국회의원(열린우리당)이 주최한 ‘자연치아

보존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부산대 치대 치주과 최점일 교수의 조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 교수는 부산대병원과 서울지역 개인 병의원에서 이를 뽑는 이유를 비교했는데

충치와 잇몸병이 생기면 부산대병원에선 42%만 이를 뽑았지만 서울의 개인 병의원은

87%가 이를 뽑았다.

특히 개인 병의원의 치과의사들이 치아를 많이 뽑는 이유는 ‘치료 후 결과가

나쁠 것 같아서’(7.8%)가 아니라 신경치료 등 치아를 살리기 위한 ‘보존치료의

의료보험 진료수가가 낮아서’(48.2%)가 가장 많았다. 수익을 위해 안 뽑아도 될

이를 뽑는다는 얘기다.

연세대치대 보존과 이승종 교수에 따르면 국가별 임플란트 시술률은 한국>일본>유럽>미국

순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미국에선 치과의사의 10% 정도가 임플란트 수술을 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약

30%가 하고 있다.

자연치아아끼기 운동본부 서영수 공동대표(치과의사)는 “치과의사는 치아를 살리고

보존하는 것이 소명인데 수익만 좇아 임플란트수술을 과잉으로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치과의사들이 임플란트를 하려는 욕구가 높아 관련 강의와 연수교육에 많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에 따르면 치과의사들이 임플란트에 몰리는 것에는 치아를 살리는 치료의

보험 수가가 낮다는 점이 크다는 점도 한몫한다. 신경치료의 경우 4만~5만원으로

미국의 1/30, 유럽 선진국의 1/5 수준이라는 것.

그러나 한국소비자원 의료팀 김경례 과장은  “치과의사의 이런 주장이 임플란트의

과잉수술이나 대리수술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보험수가의 보완에 앞서 치과의사의

자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소비자시민모임 윤명 조사연구부장은 “정부의 규제가 강화돼야 하겠지만 당분간

환자는 치료에 대해 집요할 정도로 묻는 등 선택권을 최대한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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