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당장 끊으세요

성대가 없어도 말은 할 수 있습니다

창백한 얼굴빛에 다소 왜소한 체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상상했던 것일까? 약속

장소 근처에 서 있는 풍체 좋고 인상 밝은 신사가 후두암 수술로 성대를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기자를 먼저 알아본 듯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던 그가 쇳물 끓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기자님이시지요?”라고 인사를 건내 왔을 때야 비로소  ‘성우회(식도발성을

통해 목소리를 되찾는 사람들의 모임)의 안문균 회장(65)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인터뷰 도중 심심치 않게 걸려오는 전화를 능숙하게 받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연하는 것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 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중간에 포기하려고 마음먹은 것도 여러 번. 그 때마다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말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때문이었다.

“식도 발성법을 처음 익힐 때는 전화통화는 꿈도 못 꿨어요.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할 정도였으니 오죽하겠어요. ‘기회가 있었을 때 왜

담배를 끊지 않았을까’ 골백 번 후회를 해도 소용없었지요. 그래서 더 이를 꽉 물었습니다.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다시 말을 하고 말겠다.’”

안문균 회장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아주는 데도 열심이다.
“고려대병원에서

성대제거수술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식도발성법을 가르치고

있어요. 여러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강의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이 일을 통해

느끼는 보람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예요”

컴맹이었던 그가 요즘 컴퓨터 배우는 재미에 쏙 빠졌다. 코리아메디케어에서 만들어진

‘환우회 클럽’을 손수 운영하기 위해서다.

“목소리를 되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돕고 싶습니다. 10명 중에 9명 이상은

포기하고 말지만 인터넷을 통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어요”

인터뷰가 끝날 즈음 ‘금연전도사’로 널리 활동하며 강조해왔던 말도 잊지 않았다.

 

“성대가 없어도 말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없으니 잇몸으로 음식물을

씹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저도 한 때는 여느 사람 못지않게 낭랑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어요. 담배 피고 계신 분들은 당장 끊으세요.”

 

    문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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