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 대규모 백신 접종 불필요”

27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김영환 서울권역외상센터장이 원숭이두창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원숭이두창 발생은 국제적 비상사태가 아니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회의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21일 WHO는 원숭이두창이 글로벌 비상 상황인지 검토하는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WHO는 국제적 협조가 필요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ublic health emergency of international concern, PHEIC)’를 선언한다. 하나 이상의 국가에서 위협적인 질환이 ▲심각하거나 ▲갑작스럽거나 ▲이례적이거나 ▲예기치 못한 수준으로 발생해 즉각적인 국제적 대응이 필요할 때 이를 선언한다. 지난 2007년부터 코로나19, 에볼라, 신종플루 등 6개 질환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원숭이두창은 규모와 확산 속도를 감안할 때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판단할 만한 측면이 있어 긴급회의가 열렸으나, WHO가 최고 수준의 경보인 PHEIC를 선언할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

원숭이두창은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47개국에 확산됐으며 4000건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감염병이 풍토병으로 자리한 아프리카 11개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전례 없는 상황이다.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젊은 남성이면서 성소수자인 특정 집단에서 주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에게 널리 확산될 가능성 또한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단, 원숭이두창에 대한 면역력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낮게 형성돼 있다는 점,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뿐 아니라 누구나 ‘매우 밀접한 접촉’ 시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추가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WHO는 향후 몇 주간 상황을 살피며 사태가 악화되면 다시 긴급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원숭이두창의 명칭 변경을 위한 논의도 지속되고 있다. 국제 과학자 단체들은 원숭이두창이라는 이름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 지난 1958년 덴마크의 실험용 원숭이에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되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원숭이보다 설치류를 통해 많이 확산되는 감염병이기 때문이다.

이번 유행으로 원숭이두창이 성병이라는 오명을 얻게 된 점도 명칭 변경의 필요성으로 꼽힌다. 최근 확진 사례들은 생식기와 항문 주변 발진, 항문 및 직장 출혈, 직장 내벽 염증, 변을 보고 싶은 욕구 등의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원숭이두창의 전형적 증상은 독감 비슷한 증세, 얼굴 및 손 등으로 광범위하게 퍼지는 발진 등이다. 이번 유행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 때문에 병명이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차별하는 용어가 되고 있다고 WHO는 우려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에 대한 대규모 예방 접종은 불필요하다. WHO는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처럼 크게 유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에서 대량 예방접종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단, 확진자와 아주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과 의료종사자는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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